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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만의 주홍글씨>
“침묵의 죄 나라를 병들게 한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어록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未可以言而言者 其罪小。可以言而不言者 其罪大” 즉 말하지 말아야 할 때에 말하는 것은 그 죄가 작지만, 말해야 할 때에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죄가 크다(홍재전서)는 말이다.
정조의 이 말은 침묵의 죄가 크다는 뜻을 말한다. 정조가 지적한 것은 어떤 침묵일까? 잘못된 것에 대해 자신의 처지만을 생각해 말하지 않음을 말한다. 우리사회는 지금 정조임금이 직시한 침묵의 죄에 대해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눈만 뜨면 보이는 사건사고의 바다에서 사건과 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에 대해 침묵하는 죄는 확실히 크다. 기득권층과 잘못된 정부는 침묵하는 국민들을 환영하겠지만 국민이 침묵하고 사회가 침묵하고 있다고 바로 국민과 사회가 자신들의 뜻에 동의 한다고 생각하도록 나둔 우리들의 죄다 크다.
우리가 침묵하는 사이, 위정자들은 거짓으로 공약을 해도 된다고 믿고 있으며, 가진 사람들은 ‘갑’집을 해도 된다고 믿고 있다. 우리가 동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이 윗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또 강조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단면 단면에서 보여주는 침묵의 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치권이라고 특정지어서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사회에 진출하기 바로 직전에 다니는 대학사회만 보더라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침묵과 맹종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학재단의 비리에 침묵하는 교수들, 정의를 가르쳐야 하는 이들이 비리에 침묵하는 것을 보고 배웠던 학생들이 또 졸업해서 윗사람의 비리에 눈감고 말을 아끼는 구조가 반복되는 침묵의 구조는 우리를 비리에 길들여지게 하고 못하면 혼자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됐다. 말하여야 할 때 말하지 못한 더 큰 죄는 우리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다.
뿐이랴, 단체장의 부정에 대해 애써 침묵하는 공무원들을 찾기란 해변에서 모래알 찾는 것처럼 쉽다. 시장 선거와 관련해 부정을 저지른 자들이 실형을 받았던 안 받았던 당선만 되면 그 밥에 그 나물인 사람을 다시 채용해 쓰는 구조에 침묵하고,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직능과 관계없는 사람들이 시민들 모르게 고위직에 등용되는 일에 침묵을 하고 있다. 침묵의 죄 확실히 크다.
침묵의 죄를 확대시켜보면 정부나 국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값 등록금, 세금 인상 없는 경제 활성화, 청렴한 인재 등용 등 사실 지켜지지 못한 약속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침묵하는 사이 그들은 우리가 동의한 줄 알고 위장전입은 기본이며, 탈세와 남의 것을 자신의 것처럼 속인 이들을 버젓이 인재라며 등용하고 있다. 말하여야 할 때 말하지 않은 침묵, 정조는 18세기에 살면서 지금 현재를 직시해 보았던 것일까!
전경만 편집국장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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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遲遲臺)와 정조 능행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