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나들이객들이 붐비는 전국의 명소가 축제 열기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축제는 약 2,40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하는 축제 수는 약 760여 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오산 역시 관 혹은 민간단체들이 주관하는 크고 작은 다양한 축제들이 이미 시작됐다. 고장의 전통을 잇고, 지역민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한다는 축제 본래의 참뜻을 이러한 다양한 지역 행사를 통해 되새겨 봄 직하다.

 

그러나 즐김의 축제가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거나 혹은 지나치게 정치적 관 주도형이라거나 이벤트성, 예산낭비라는 등의 비판을 듣기도 한다. 사실 이런 비판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단골 메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단골메뉴라 해서 가벼이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언제까지 전 공무원이 축제준비에 동원되어야 하는 비정상을 지속할 것인가. 언제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정체가 불분명한 축제에 그 많은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지 또다시 따져 물어야 할 것 같다.

 

오산시는 지난해 말 관내 축제 발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규모 포럼을 개최했다. 시장을 비롯한 오산시민과 공무원, 오산시의회 등 100여 명이 넘는 많은 관계자를 불러 모아 놓고 진지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고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시민이 참여하고 준비하는 축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 진정한 문화관광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등의 취지였다.

 

그러나 불과 2개월 뒤인 2월 정월대보름 행사를 진행하면서 전 공무원들을 반강제적으로 동원했는가 하면 많이 참여한 부서에 대한 시상까지 내거는 ‘무개념 행정’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내달 오산천 일원에서 개최하기로 준비 중인 ‘두 바퀴 축제’ 역시 본청 21개과는 물론 각 사업소가 총동원되는 행사계획이 마련되고 있다. 비정상의 관행과 관습을 알면서도 매년 같은 일을 반복하는 타성에 젖은 사고와 행동의 경직성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대표적인 축제로 이야기하는 독산성문화제에는 매년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엔 그 예산이 두 배로 커졌다. 뷰티축제 역시 예산과 인력동원 그리고 축제의 정체성 등 그 무엇 하나를 보더라도 정상적이지 않다.

 

더욱이 오산시의 재정자립도는 45% 내외로 전국 평균은 물론 경기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고, 지난 2010년 이후부터 줄곧 악화되어 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곳저곳 흥청망청 사업’을 벌일 여유는 없어 보인다. 시민들의 혈세를 이용해 억지로 만들어 나가는 행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질책을 겸허히 수렴해야 한다.

 

축제 문제를 지적함에 있어 ‘행사 위주의 판에 박힌 축제’,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축제’라는 말은 늘 따라붙는다. 축제 본래의 의미보다는 행사 중심의 형식에만 치중해 왔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한 축제, 다수의 시민이 공감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본다. 행정 행위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축제가 이용되어 온 측면도 있다.

 

형식 논리에 빠진 말잔치가 지속되고, 행정의 도구로 이용되는 한 이러한 문제는 반복적 일 수밖에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진정성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관성에 젖은 정치 지향적 관료들이 오산의 행정을 쥐락펴락하는 한, 시민 권력의 무서움이 비정상에 철퇴를 가하지 않는 이상,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오산의 축제가 진정한 시민축제로 거듭나고,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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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재  오산지역발전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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