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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사태를 몰고 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추세가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긴 하지만 최대의 위기는 일단 넘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난 5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약 40여일만이다. 관계당국의 안이한 대처에 따른 초기 대응실패와 잇따른 방역실패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확산으로 치닫던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최초 1인 메르스 감염자가 1백80여 명으로 늘어나고,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데는 한 달 여 시간에 불과했다. 또 의심환자로 분류되어 의료진의 집중 관찰을 받는 인원수도 급격한 속도로 불어났다. 메르스 최초의 발원지인 사우디 등 기타 산발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중동국가들의 감염 형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유전자 변이가 아닌 이상 이러한 급격한 확산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어서 그 원인이 어디 있는지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확산을 차단시키지 못한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관계 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위기의식 부재가 사태를 야기한 큰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고, 의료 현장에서의 관리부재, 방역실패도 사태를 악화시킨데 한몫을 했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이번 메르스의 전적인 책임은 관계 당국이 져야 한다는 말도 설득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본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책임론과는 별개로 우리 공동체 사회가 잊지 않아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음을 깨닫는다. 자가 격리 혹은 관리 대상인 이들이 감염사실을 숨기거나 무시함으로 인해 또 다른 공포를 조성하는 것을 보며 우리의 공동체는 과연 온전한 것인가를 되묻는다.
감염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관리 대상자인 이들 몇몇은 내 이웃이 공포에 떨고 있는 대 혼란의 상황에서도 골프여행을 가고, 또 어떤 이들은 제주도로 중국으로 여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개인적 이기심 혹은 일탈은 공공의 가치를 훼손한 것은 물론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더욱 확대시키는데 일조한 꼴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갖은 수모를 겪어야만 했던 확진자와 그 가족들의 애처로움을 지켜보며 우리의 공동체는 과연 온전한 것인가를 다시 묻는다. 메르스 라는 초유의 사태를 백번 감안하더라도 이는 결코 정당화 될 수는 없는 것이라 본다. 당사자들에게는 무슨 범법자 취급당하는 사회적 냉대와 매서운 눈초리가 견디기 어려운 수모였을 것이다.

사실 메르스 감염 확산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소식이 잇따르고, 슈퍼전파자로 인한 수십 명의 사람들이 2차 3차 감염으로 확산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에 반응하는 특별한 유형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공의 가치가 지켜질 때 유지되는 것이다. 메르스의 위험을 안고 있으면서도 자기에게만 편리한 대로 행동한 이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또 감염자를 냉대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사회라면 우리의 공동체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공동체의식이 사라진 사회에 무슨 미래가 있을 수 있나. 단언컨대 그것은 죽은 사회다. 책임 있는 사회 일원으로 돌아와야 하며 서로를 따스함으로 감싸줄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되찾아야 한다.

다행스러운 건 스스로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고, 격리하며 중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 양심 있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메르스 확진으로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또 어떤가. 우리의 공동체가 온전히 유지되는 건, 그래도 희망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는 건 바로 나만이 아닌 우리들의 공동체를 생각하는 의사와 같은 이들이 있어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이권재  오산지역발전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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