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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현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오산지사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오산지사 | ||||
포괄수가제(DRG : Diagnosis Related Group Payment System)란, 치료과정이 비슷한 입원환자들을 분류하여 일련의 치료행위를 모두 묶어서 하나의 가격을 정하는 의료비지불방식을 말하며,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정해진 정액진료비 전체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입원환자는 진료비의 20%만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1977년 의료보험제도 도입 이후부터 지금까지 행위별 수가제를 기본으로 일부 포괄수가제 및 일당지불제를 적용하고 있다.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는 의사가 환자에게 진료 행위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수입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환자에게 꼭 필요한 만큼에 진료 행위량을 넘어서 과잉 진료가 이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은 OECD 국가에 비해 보건의료비용 지출 증가율이 두 배 이상 높으며, 입원일수는 OECD 국가 중 2위이고, 인구수 대비 CT 및 MRI 보유대수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OECD에서는 한국의 급격한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고, 의료체계의 효율성을 키우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한국의 전체 병원으로 확대할 것, 그리고 가능한 많은 서비스들을 포괄수가제의 대상으로 할 것을 권고하였다. <「OECD 한국 의료의 질 검토보고서(2012)」>
이에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및 학계에서 그 동안 포괄수가제에 대해 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2011년 8월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는 포괄수가제를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당연적용 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였다. 이에 건강보험과 관련된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포괄수가제의 확대 시행과 중장기 로드맵이 의결되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시행 첫날부터 1주일간 제왕절개와 맹장등 응급수술을 제외한 수술을 거부하기로 한 당초 방침을 밀어 붙이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병원이 수익을 내려고 저가 의료재료를 쓸 것이고 진료가 하향 평준화되어 환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협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정부는 의사들의 수익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제도의 확산을 위해 의사들의 수입과 직결돠는 진료수가를 평균 2.7%나 올렸다.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수술 환자의 부담이 21% 줄어 연간 100억원정도 득을 보고 의료기관들은 98억원의 수익이 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제도를 시행하는 유럽 대부분 나라와 미국, 대만, 호주 등 어떤 나라에서도 의협이 우려하는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근거나 보고는 없었다.
12년 전 의·약분업 당시 병·의원들의 집단 휴·폐업사태로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가져온 경우를 기억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의협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돌아가 포괄수가제의 테두리 안에서 진료비 지불제도의 미비점을 논의하여야 한다. 포괄수가제가 완벽하지 않고, 문제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시행을 하면서 보완 및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
얼마 전 설립80주년을 맞은 백병원 이사장은 “병원은 병을 고쳐주는 곳이며, 그걸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곳” “인술제세(仁術濟世 의술로 세상을 구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분의 말처럼 의사가 항상 환자의 곁에서 있어야지 환자의 곁을 떠나면 의사라 할 수 있을까? 이제 의협도 명분을 가지고 국민을 볼모로 잡는 일은 없어야하며, 의사의 본질인 인술을 펼쳐야 한다.
신현철 국민건강보험 오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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