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식구들.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오산이주노동자센터는 2003년 오산시 남촌동 다솜교회 3층에서 산업재해, 사업장 폭력, 임금체불 등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함은 물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연대모임을 해왔습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한글교실에 이주여성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이주여성들이 한글을 편안하게 배울 곳이 많지 않아 대학에서 하는 몇 백만 원씩 하는 어학원을 가야 했습니다. 소문을 듣고 한글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이주여성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가정 폭력, 국적 취득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상담을 하기 위해 이주여성들이 오산이주노동자센터를 찾았습니다.

점점 많아지는 이주여성들의 공간이 필요함을 느끼고 오산중앙시장 지하에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의 문을 열었습니다. 축축한 지하지만 우리들만의 공간이 생겼고 이주여성들과 함께 끝없는 먼지를 쓸어내며 지하실 공간을 꾸몄습니다. 한신대 자원봉사 학생들, 지역단체들이 모두 와 도와주었습니다. 비록 지하지만 마음 편안하게 자국의 음식도 해먹고 노래하며 춤도 추고 교육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지하에서 한글, 컴퓨터 공부도 하고 나라별 자조모임도 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나를 만나고 가정을 만들고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엄마들은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자녀들이 엄마 나라의 인사말도 배우고, 춤도 배우고, 노래도 배웠습니다. 엄마들 스스로도 당당해지고 아이들도 엄마 나라와 아빠 나라 모두를 인식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임은 발전하여 이제 이주여성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다문화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하에 있던 이주여성인권센터는 비만 오면 바닥에서 물이 올라왔습니다. 어떤 날은 신발이 다 젖을 정도로 물이 올라와서 출근하자마자 물을 퍼내야 했습니다.

제일 속상했던 일은 오래되었지만 잘 수리하여 고쳐놓은 교육용 PC와 모니터가 습기로 인해 작동이 되지 않을 때였습니다. 예쁜 옷을 입고 컴퓨터 수업을 왔는데 습기로 인해 책상 아래에 곰팡이가 생겨 옷이 지저분해지면 제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곤 했습니다.

▲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회원들이 오산문화예술회관에서 전통춤 공연을 하는 모습.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지금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중원사거리에 있는 건물 3층으로 이사했습니다. 햇빛도 보고 화분에 꽃도 키우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하에 있던 이주여성인권센터를 아시는 분들은 좋은 곳으로 이사했다고 좋아하십니다. 그럼 저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이주여성들 중에 필리핀 여성들의 mighty movers 라는 필리핀 전통춤을 추는 모임이 있습니다. 우리 센터를 후원하는 '나누며 사는 오산사람들'(나사오사)의 지역축제에 참가하여 필리핀 전통춤을 오산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대나무로 춤을 추는 ‘티니클링’을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하면서 참 기뻤습니다.

제가 일하기 전부터 나사오사의 일일주점이나 지역축제에 우리 이주여성인권센터가 항상 함께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역에서 함께 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기쁘고 힘이 났습니다.

얼마 전부터 혁신교육센터의 오색어울림이라는 다문화 수업을 듣고 봉사하시는 분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의상, 음식 등의 문화 교류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문화의 교류를 넘어서 지역의 여성들과 단체들이 함께 소통하고 자리매김하면서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031-376-8290

이정아 대표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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