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란식 수필가. ⓒ공란식

“부부가 뭐다냐?”
어느 날 남편의 논리.
“20년 남짓 각각 부모 밑에서 크다가 하늘이 맺어준 인연으로 만나 자식 낳고 사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도 또, 요즈음 왠지 모르게 티격태격하고 있어요.
“각방 써.”
“워매 좋은 거.”
그래서 각방 쓰고 있어요.
말수도 줄어들고 서로 시선도 외면하고요.
무촌이라고 해도 때론 싸우지만 극단적인 결정에선 타인도 못 말린다고 하시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실감나네요. 쉽게 해결이 안 되고 있음도 느끼고 있어요.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 어쩌다 싸울 수도 있고 그 감정에 앙금도 남을 수 있겠지만, 세월 따라 나이를 먹게 되니 화해보다 미움과 고집이 가슴에 자리 잡는 게 아닐까요?
“월매나 살다 갈 거여? 사이좋게 살다 먼저 떠나고 나중에 쫓아가는 게 부부인 거여.”
이웃집 어르신의 말씀입니다. 마음은 안 그런데 오늘도 서로 궂은 날씨처럼 잔뜩 흐려있네요.
언제 풀릴는지요? 여름이 가고 가을도 가고 깊은 겨울이 지나야 할까요?

마을에 부녀회가 어쩌다 해체될 위기에 있었다. 젊은 부녀자들이 부녀회를 열고 회장을 선출하자고 모였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부녀회장으로 추대되었는데 남편이 그 소문을 듣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막무가내로 남편이 반대해서 부녀회장과 부녀회를 무산시켰던 사건이 있던 그 날부터 냉전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남편과의 갈등은 부부간 분위기마저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남편의 말인즉,
‘아녀자는 남편의 말에 순종해야 한다.’
진짜 간 큰 남편이다.
그 후로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해 몇 달을 정말 남남처럼 지냈었으니 얼마나 아까운 시간이었는가?

공란식  수필가/오산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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