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구 시민기자. ⓒ남상구

2013년 세모, 정부의 공공재에 대하여 우회적인 방식에 의한 민영화 시도에 대해 철도, 의료산업 관련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공공성 훼손’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로 국민적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민영화 반대’를 내걸며 철도노조가 사상 최장기간 파업을 하고 있고, 정부가 13일 확정한 ‘병원의 영리 자회사, 약국 법인 허용’에 대해 의사, 약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이 ‘사실상의 의료 영리법인 허용’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013년 지금, 대한민국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부터 시작되어 그토록 견고하던 ‘민영화의 신화’에서 깨어나고 있다.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정부는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신자유주의 정책 중에는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이 한 축을 형성하고 있었고, 우리 사회는 ‘비효율적인 공기업은 효율적인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다’라는 민영화 신화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외환은행 먹튀 논란으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모펀드 론스타 사건, 호주계 투기자본인 맥쿼리 펀드에 대한 혈세 퍼주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민자 서울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 터널을 지켜보면서 민영화에 대한 시각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민영화에 대한 신화’를 퍼트렸던 전도사들(경제학자, 관료, 기업)의 신자유주의적 주장이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현란하게 포장된 사기에 불과한 이론’일 뿐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게 되었다.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민영화를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하며 끊임없이 우회적인 방식을 동원해서까지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를 서둘러서 무리하게 시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외국자본으로부터의 끊임없는 압력 때문이다. 공기업 등은 1997년 자본 자율화 조치 이후 남아 있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최후의, 최고의 투자처이다. 더 이상 민간영역에서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공재의 알짜 사업영역(예를 들어 KTX 수서 법인) 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 이는 프랑스 경제인들이 ‘공공부문을 외국기업에 더 개방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에 환호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로, 민영화에 대한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익 전망이 밝은 만큼 굴지의 법무 법인, 회계 법인이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외국계 투자자본의 로비스트로 활약하며 민영화에 대한 정책 시행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외국계 투자회사든, 컨설팅 회사이든)은 관료들의 미래의 잠정적인 직장이기 때문에 관료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셋째로는 고소득자, 자산가에 대한 증세 압력을 완화시키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이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우며 당선되었으나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비해 재원 마련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부족한 국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거위의 깃털을 살짝 뽑든, 부자 증세를 하든 불가피하게 증세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증세는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철도, 공항, 가스 등 공공재에 대한 민영화로 부족한 재정을 메꾸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국민적 반대에 부딪치고 있으나, 집권 기간 내내 공기업이나 공공재에 대한 민영화 정책은 어떤 식으로든 옷을 바꿔가며 시도될 공산이 크다. 공기업 등 공공재의 민영화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 시점은 박근혜 정부가 아닌 그다음 정권, 그다음의 다음 정권이 될 것이고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그 짐을 지게 될 것이다.

남상구 시민기자  mail@osnews.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