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주 숲을 걷는 아이들 꼬마 예술가 어린이집 원장. ⓒ조은주

안녕하십니까? 새삼스레 우리가 매 번 일상적으로 쓰던 인사말이 큰 느낌으로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엊그제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 댁을 방문했을 때 사모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듣다가 우리 오산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재산, 국가와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책임지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에서 평생교육의 기초교육이 되는 유아교육의 중요성과 함께 일상에서 아이들에게 작은 관심으로 큰 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유아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또 유아교육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초보 선생님과 함께 육아의 경험이 부족한 초보 어머니께, 직장 맘으로 많은 시간을 일에 빼앗겨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보태봅니다. 아이를 먼저 키워본 선배로서 유아교육 현장에 조금 먼저 발을 디딘 사람으로서 진심어린 조언이라 생각해 주시고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어머니들이 대부분 주 양육자이지만 아버지나 조부모님, 혹은 자주 만나는 친척, 이웃, 지역사회와 국가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모두가 아이들 교육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날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믿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며느리가 몸이 아파서 며칠 간 손자를 돌봐주러 가신 할머니가 제게 들려주신 이야기를 주제로 풀어보겠습니다. 손자·손녀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세상에서 둘도 없이 귀한 존재입니다. 그저 사랑스럽기만 할 뿐이죠. 무슨 말과 무슨 행동을 하던지 귀엽고 사랑스럽기가 그지없지요.

어느 날 할머니가 며칠 동안 등·하원하는 손자를 데리고 길을 걸어가던 중이었어요. 서로 따뜻한 손을 맞잡고 걸었으니 몸도 마음도 기뻤겠지요. 평소 그분을 자주 뵈어 그분의 너그럽고 인자하신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손자에게도 그러한 모습이었을 것임은 당연했겠지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던 손자가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그리곤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답니다.
“할머니, 그림자가 있어요!”
여섯 살 된 손자는 햇살을 등지고 걸어가던 자신과 할머니의 모습이 긴 그림자가 되어 나타난 것을 발견하곤 할머니께 외친 거죠.

아, 이 순간 아이가 얼마나 기쁜 마음이 들었는지는 얘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어요.
만약, 평소에 아이에게 무언가 가르칠 생각에 이것 저것 교육적 효과를 염두에 두고 아이를 대했던 할머니였다면, 그리고 할머니가 먼저 그림자를 발견했다면 큰일 날 뻔했지요.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이 아이 앞에 내밀어 준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어떠한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사랑하는 할머니와 함께 있는 그림자를 자신이 먼저 발견했기에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죠. 그 기쁨이 모이고 모여 아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조금 과장한다면 아이에게는 아마도 신대륙을 발견한 기쁨에 버금가지 않았을까요? 이 작은 일로 아이는 할머니와의 친밀감이 더욱 깊어지고 자신과 할머니와 함께 붙어 있던 그림자의 모습을 멋진 추억의 한 장면으로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겠지요. 그 추억이 생각날 때마다 평생 동안 잠깐씩 웃음을 머금는 행복한 시간을 갖겠죠? 너무 비약적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각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삶에서 추억과 경험이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는 걸 모두 공감할 거예요.

여기서 또 한 가지 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어요. 6살 된 아이가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인자한 할머니와 함께 행복한 마음의 상태에서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거죠. 급히 재촉하며 길을 걸어갔다면, 또는 아이의 마음 상태가 불안정하고 불행한 상태였다면,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였다면 이 작은 발견으로 큰 기쁨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할머니의 그림자는 길고 자신의 그림자는 짧은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은 덤이겠지요.

아이에게 항상 무언가 가르쳐야만 한다는 열정으로 불타는 사람이라면 제 말에 조금만 귀 기울여 주세요.
“잠시라도 아이를 그대로 두고 눈길만 줘 보세요. 아이는 어마어마한 능력자입니다. 보고 듣고 만지게만 해 준다면 모든 것을 아이는 스스로 따라 하면서 배울 거예요. 그들은 에너지 덩어리 작은 우주이니까요.”

일상에서 부모나 교사는 늘 무언가 가르쳐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일에 인색하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아이에게 강요하게 되는 불행한 상황이 계속되어 아이를 망쳐 놓는 경우가 생깁니다.

집 안에 새로운 무언가가 생겼다면 아이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그냥 두세요. 집안의 가구를 옮겨 놓는다거나, 새로운 물건을 사들였다거나, 화분에 꽃이 피었다거나 하는 조그마한 변화라도 아이 스스로 눈치챌 기회를 주세요. 아이에게 무언가 주고 싶다면 조용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놓아두세요. 아이에게 발견의 기쁨을 누리게 해 주세요. 그것은 작은 장난감도 되고 책도 되고 인형도 되고 돌멩이나 천 조각, 혹은 먹다 만 사과 조각이라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발견한 기쁨에 탄성을 지를 때 우리 어른들은 그 기쁨을 꼭 지켜주세요.

소소한 일상에서의 발견이 아이에겐 신대륙을 발견한 것만큼 크나큰 기쁨이며 성취며 만족입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그 세계를 팽창시켜 갈 에너지와 만나는 순간이지요. 아이들은 행복한 순간에 가장 큰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당신의 아이는 이 순간에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조은주  숲을 걷는 아이들 꼬마 예술가 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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