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구 시민기자. ⓒ남상구

지난 16일 오산시 제2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구성되어 2년 동안의 활동에 들어가게 됐다. 모두 38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날 김병옥 위원을 위원장으로, 고승배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자치행정, 복지문화, 도시정책, 보건환경 등 4개 분과로 나누어 구성했다. 상반기에 예산학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제1기 활동에 대한 평가와 제2기 활동 방향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래 민선 지방자치 단체장이 예산 편성권을 독점 행사하면서 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예산에 반영하지 못하고 선심성 예산, 선거용 예산을 우선적으로 편성 운용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

의회에서 예산에 대한 심의와 결산을 통해 견제가 이뤄지지만 예산편성 후에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분적인 개선에 그치거나 흥정의 대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책결정 수립 단계인 예산 편성시에 주민이 자신들 생활에 필요한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예산에 반영하게 하여 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지방 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에 한정된 지방 재정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놓고 주민이 직접 재정 투입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게 함으로써 재정 운용의 정당성과 투명성,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제도의 취지로 설치된 제1기 위원회는 제도 도입 초기의 걸음마 단계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제1기에 예산학교를 통해 예산에 대한 개괄적인 학습을 했지만 간간이 회의 시간에만 모이는 위원회가 예산 전체를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2년차에는 위원회에서 연구회를 구성하고 직접 기획하여 동 자치위원회, 인터넷, 팩스, 우편으로 접수된 주민 제안에 대해 위원회가 자체 평가와 우선 순위를 직접 결정해 본 경험을 가진 것은 나름 평가할 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에서는 위원회에서 관여하는 범위를 가용예산의 범위를 넘지 않도록 한계를 지우려 애쓰고, 행정에서 운영하는 또 하나의 행정 기초단위 정도로 운용하려 한다.

사실 1기 때 주민 제안을 받고 평가하고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위원회 행위는 우선 순위 결정 주체와 단계만 추가했을 뿐 익히 해오던 행정 행위이다.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역량이 강화되어 보는 범위나 깊이가 깊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조직의 운용은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에 따라 제도 취지가 살아나느냐 아니면 변질되어 사라지느냐가 결정된다.

아무리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제도가 좋은 취지이더라도 구성원들이 이 제도 자체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한 옥상옥으로서 기능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제2기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당장의 전시 효과보다는 예산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산시는 위원들이 상설적으로 모임이나 회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위원회 사무실을 제공하고 자발적으로 역량 강화를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원회와 관련된 형식적인 예산편성 절차를 밟는 것보다 구성원의 역량 강화나 상시적인 소통이 백배 중요하고 제도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또한 시민 단체나 정치 단체들도 인적 자원을 배분하여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전문역량을 적극 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역량이 강화되면 최소의 예산으로도 위원회가 자가발전하여 시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원회로 발전할 것이다.

남상구  시민기자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