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경 시민기자. ⓒ물향기신문

차가 없는 ‘뚜벅이’ 직장인인 필자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강남을 거쳐 광화문으로 이동한다. 다른 직업에 비해 출퇴근은 제약이 크게 없다. 다만 제약이 없는 만큼 때로는 새벽별을 보고 출근하여 새벽별을 보며 퇴근하는 날도 허다하다. 일이 많은 날에 첫차를 타고 강남역에 도착하면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놀랍게도 그 시간에도 길에 사람들이 제법 있다. 누구나 공감하듯 분명 집에서 한바탕 출근 전쟁을 치르고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만 내려오는 눈꺼풀, 그리고 추운 바깥 날씨. 또 다시 싸움 중에 놓인 웅크린 사람들이 출근길을 메운다. 나도 출근 중이었지만 그 시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출근길에 오른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잠깐, 그런데 이 사람들 아침은 먹고 출근하는 걸까.

2000년대 중반부터 불어온 ‘웰빙’ 열풍은 우리 삶의 질과 관련하여 너무도 중요한 부분을 건드려 줬던 터라 한두 해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분야와 방법도 다양하다. 건강한 삶의 대안 문제는 언제나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마음으로 바라는 삶과는 달리 당장 좋고 편한 것만 쫓아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 같아 우울한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인스턴트 식품을 스마트폰이나 TV와 벗 삼아 급하게 해치우는 식문화는 영양 불균형은 물론 가정이라는 소중한 교육의 장도 파괴한다. 가족이 함께하는 아침 식탁은 사라진 지 오래고 그만큼 따뜻한 교제도 사라졌다.

최근 서울에서는 밥상으로의 회귀를 주요 쟁점으로 다루는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식습관을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데 한 몫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릴 적에 이루어지는 식습관 교육은 다음 세대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숙제이다. 대대적으로 학교 앞에 찾아가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그 이름도 특이한 푸듀케이터, 푸드코치 등의 전문 식습관 강사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러한 전문가들은 좀 더 과학적이고 단계적인 커리큘럼으로 아이들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좋은 것을 골라 먹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와 조리, 영양, 습관 등 바르게 먹고 제대로 습관을 들이게 하는 것이 그들의 교육 목표다. 잘 길러진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지속되면 건강한 미래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장장 26년간 이러한 식습관 교육을 진행해 온 유치원도 있다. 전주에 있는 ‘코끼리 유치원’이 바로 그곳이다. 바른 식습관 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배출하고, 졸업 이후에도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식습관 교육의 결과물이 전통처럼 남아있는 곳인 셈이다. 코끼리 유치원에는 ‘냠냠선생님’이 있다. 국어 선생님, 수학선생님, 사회선생님은 들어봤어도 냠냠 선생님은 좀 생소할 것이다. 냠냠 선생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 콜라, 인스턴트식품 등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영양과 성분을 설명해 아이들 스스로 식품을 소신 있게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킨다. 방법도 재미나다. 당도가 높은 음료를 테이블에 진열해 놓고 그 앞에 각설탕을 쌓아올려 첨가된 당도를 가시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햄 안에 들어있는 인공 색소를 직접 추출해 보여주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이곳의 아이들은 인근 텃밭에서 직접 작물을 가꾼다. 다른 아이들이 과자와 사탕을 먹을 때,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수확한 감자와 고구마를 간식으로 먹는다. 마당에 있는 가마솥에서 직접 수확한 무를 가지고 무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식탁에 놓인 음식의 출처와 성분을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땀을 흘리며 수고하게 하는 이 교육은 아이들의 식습관 개선에 아주 효과적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식습관 개선은 가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변화된 아이들을 보고 부모도 덩달아 식습관 교정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변화를 경험한 가정의 밥상은 달라지고 엄마는 식구들의 건강한 아침 식사를 사수하게 된다. 가족이 모두 모인 식사시간은 더욱 풍성해진다. TV와 스마트폰이 꺼진 밥상은 자연스러운 예절 교육 장소가 되고, 또 그곳에서는 부모들이 모르는 유치원과 학교에서의 자녀들 이야기까지 오고 간다. 성장기 식습관이 아이들 학업이나 인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속속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는 가히 집중해볼 만하다.

바쁜 현대사회는 우리가 뒤돌아볼 틈도 없이 다음 신호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게 만든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주와 객이 전도되는 상황만큼은 인식하고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허술한 전진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없다. 잠시만 멈춰 서서 우리의 밥상을 돌아보자. 지친 당신에게 든든한 힘이, 소원해진 가족에게는 따뜻한 교감이,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가장 좋은 습관이 될 밥상의 능력은 당신을 해방시켜줄 것이다.

박성경 시민기자  mail@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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