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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어디에 앉아있을까?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난히 노인들과의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지하철 1호선. 천안 인근에 대학이 많이 몰려있다 보니 아침마다 통학생들로 전철은 그야말로 콩나물시루가 된다. 문제는 천안·아산 지역은 온천 관광지로도 유명해서 같은 시간이면 적지 않은 노인군단이 전철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유동인구에 비해 노약자석은 너무 적다.
그러다 보니 좌석을 두고 벌어진 신경전이 때로는 언성을 높인 민망한 사건으로 불거지기도 한다. 두 세대 간의 갈등은 하루가 멀다고 전철 안에서 치열하게 벌어진다. 노인들은 앉을 자리와 함께 권위마저 잃었다. 존경심이 바닥난 젊은이들은 사늘한 눈빛으로 노인을 등지고 서 있다.
서울 ‘인생이모작센터’는 노약자 좌석을 충원하는 대신에 노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로 했다. 노년에 대한 사회 인식과 그들의 실제적인 삶 모두를 변화시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그들은 노인들을 ‘인생이모작세대’라 부른다. 노인들에게도 여전히 생산성이 있음을 인식시키고, 그들에게 특화된 직업들을 제안하여 그들이 좀 더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사회와 관계 맺기를 지원하려는 것이다. 크게는 △음식 서비스 분야 △판매 서비스 분야 △운수 교통 분야 △경조 서비스 분야 △돌봄 제공 분야 △교육 강사 분야 △복지 상담 분야 △예술 문화 분야 △여행 관광 분야 △주거 환경 분야 △마을 환경 분야 △녹색 환경 분야가 있고, 그 안에는 혼례 종사원, 놀이 강사, 다문화가정방문교사, 공연 해설가, 고령자 상담사, 숲 해설가 등 알짜배기 직업들이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이모작센터를 통해서 제2의 인생을 경영하고 영향력을 되찾은 노인들의 사례도 풍성해지는 추세라 한다. 이규원 할머니는 동화구연가가 됐다. 직접 교구를 만들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홍설표 할아버지는 학교의 보안관이 됐는데, 학교를 지켜줘서 감사하다며 아이들이 보내온 감사편지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큰돈을 벌지 않아도 인생 후반기에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것, 집안에 덩그러니 남겨있지 않고 아침마다 분주히 유니폼을 다려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노인들에게는 엄청난 생명력을 제공한다. 그들의 인생 후반기를 위해서는 전 세대가 움직여야 한다. 그들이 닦아놓은 길을 우리가 걷고 있는 것처럼. 최근 노인상담, 노인복지, 평생 교육사를 자처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는 것에 대해 필자는 매우 마음이 먹먹할 때가 있다. 시대의 흐름이 더뎠던 예전과는 달리, 십 년 사이에도 문화 혁명이 수백 번은 일어나는 이 세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삶의 경륜이 늘고 깊이 있는 지혜를 갖기 이전에, 그들 역시도 이 땅에서는 모든 것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가 아닌가. 매번 새로운 것들을 쉴 새 없이 접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초보자’로서 그들을 바라보자. 그리고 젊은 나조차 버거운 한 걸음 한 걸음을 수십 년 동안 포기치 않고 내디뎠던 그들의 용기를 떠올려보자. 그때 비로소 잔잔한 감동과 함께 경외감이 살아난다.
정책은 좀 더 실제적이길 바란다. 단순히 지원금을 올리네 마네 하는 문제로 씨름하며 허탕한 시간을 버리지 말고 그들의 삶에 실제로 개입해 ‘세대 간 동역’을 이끌어낼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구해 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노인 스스로의 인식변화가 급선무이다. 아직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각각의 모든 삶이 의미가 있듯, 태어나 첫울음을 낼 때부터 생을 마감하는 그 모든 시간도 의미가 있고 나름의 역할이 있다. 또 하나, 밤샘 리포트 제출하며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이 통근 전철에 앉아 쪽잠을 자는 것을 이해하고, 가끔은 유재석이 누군지 물어도 보는 멋쟁이 꽃 노년으로 살길 부탁한다.
신과 인간, 그리고 모든 자연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사람들은 모든 일의 성취를 개인의 범주 안에서 이뤄내려 한다. 유치원 때부터 작은 학급 안의 협력과 협동을 배우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었을 때 세상 전체를 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게 하기 위해서다. 모든 것에 나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삶, 이기심과 개인주의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협력과 공생을 이룰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박성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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