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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용이 5대 본좌네 아니네 하고 말이 많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마재윤도 4대 본좌는 아닙니다.
본좌라는 것은 그저 마재윤의 개인 닉넴일 뿐이죠.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이라는 세 명의 선배 게이머와 마재윤이 자꾸 비교가 되다 보니,
거꾸로 후배인 마재윤의 닉네임을 선배에게 붙여버려 임이최를 1~3대 본좌라고 불러버린 것입니다.
임요환은 황제, 이윤열은 천재, 최연성은 괴물이라는 나름의 닉넴을 이미 갖고 있었죠.
사실 임요환이나 이윤열의 커리어, 업적 등을 생각한다면 마재윤을 기준으로 삼아
그들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러나 임이최마를 1~4대 본좌로 부르고 시간이 좀 지나다보니 으레 그랬던 것처럼 익숙해져 버렸죠.
그 사이에 골든 마우스를 탄 투신도 어디로 날아가버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토스 최초 스타리그 2회 우승을 차지한 원조 가을의 전설도 없어져버리고
임이최마만 남아버렸죠.
그 사이에 김택용이 5대 본좌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논란의 시작은 3.3 혁명인지 뭔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재윤이 본좌니까 내가 이기면 내가 본좌냐고 경기전에 김택용이 도발적인 멘트를 날렸고,
이에 마재윤은 자신의 MSL 3회 우승을 거론하며 김택용이 본좌를 논하려면
3번은 우승하고 와야 한다고 맞받아쳤죠.
결국 마재윤은 김택용에 무너지고 이후 MSL에서 거의 두 시즌에 걸쳐
김택용은 거침없는 포스를 내뿜습니다.
사실상 본좌라 불리던 마재윤이 MSL 3회 우승하던 때처럼 MSL 내에서만큼은 승승장구했죠.
그러나 팬이 많았던 마재윤을 꺾었던 만큼 마재윤 팬들은 고스란히 김택용 안티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본좌를 논하기엔 김택용이 가진 커리어가 너무 미천하다."
이후 김택용은 정말로 커리어를 채워나갔습니다.
MSL 3회 우승을 채워 마재윤과 동률을 만들었고,
인비테이셔널 경기와 국제 대회에도 출전해 경력을 쌓았죠.
그러나 김택용이 커리어를 마재윤과 다 맞춰갈 쯔음,
마재윤에게는 없었던 라이벌이란 존재가 나타납니다.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이 대표적이죠.
온게임넷 우승 1회는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김택용이 채울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마재윤의 우승경력과 동률이 되는데,
이제는 압도적인 포스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죠.
그러나
"본좌는 커리어가 아니라 포스로 말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면
김택용이 3.3 혁명으로 우승한 시즌과 그 다음 시즌에 보여줬던 포스만으로
본좌를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마재윤은 손쉽게 차지한 본좌란 별명이 왜 김택용에겐 그저 논란거리만 되는 것인가.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 첫째, 김택용은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던 마재윤을 무너뜨렸고,
그로인해 김택용에게 적대적인 스타크래프트 팬이 많은 상태로 출발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아마 김택용이 선수를 은퇴한 이후에도 김택용에게 부정적일 것이며,
특히나 본좌로는 어떠한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왜냐, 무슨 이유든 간에 싫은 건 싫은 거니까요.
2. 둘째, 본좌라는 별명 자체가 원래 마재윤이라는 한 명에 속해 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등은 본좌라는 이름을 치장하기 위해 오용되고 있을 뿐이죠.
'본좌는 무엇이다' 라는 정의는 없습니다. 그저 팬들이 '이런 게 본좌다' 하는 의견만 내놓을 뿐이죠.
그러다보니 원래 본좌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던 마재윤을 기준으로 자꾸 본좌를 논하게 됩니다.
'마재윤은 이랬는데, 김택용은 이렇지 않으니 본좌가 아니다.'
라는 식으로 마재윤은 했지만 김택용이 하지 못한 것을 무엇이든 찾아내면
본좌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이죠.
반대로 김택용은 했지만 마재윤이 못한 것들,
이를 테면 MSL 3회 우승을 하면서도 스타리그에서 본선에 자주 출전했다거나
프로리그에서 팀에 많은 기여를 했다거나 등등의 것들은 별 힘이 못되는 거죠.
3. 마재윤에게는 라이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재윤의 시대는 테란의 시대였습니다.
상성상 불리한 저그유저인 마재윤에게는 오히려 라이벌이 많아야 할 것 같지만,
테란이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막강한 테란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데뷔한 지 6년이 넘은 이윤열 정도가 그나마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으니까요.
진영수나 변형태는 그때도 지금도 강자로는 들어가지만 최강자를 논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반대로 프로토스는 압살 분위기였습니다.
테란전에 약하거나 어중간한 저그유저들도 토스는 어렵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박태민, 김준영을 비롯해 개인리그 본선에 올라올 수준의 저그들은 토스전 승률이 엄청났습니다.
마재윤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그러다보니 테란전에 어느정도 장기가 있는 토스유저라도 저그전에 특별하지 못하면
저그에게 가지치기를 당해버렸습니다.
토스가 압살을 당하자 반대급부로 테란이 전성기를 맞았고,
테란전에 자신있는 저그는 손쉽게 상위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죠.
마재윤을 영웅으로 만들어준 것도 바로 그 무수한 테란들이었습니다.
토스는 어떤 저그에게도 맥을 못추는 시대였고,
마재윤은 테란전에 자신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마재윤에게 유일하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건 동종족인 저그 뿐인데,
저그는 본선 무대에 쫙 깔린 테란들이 알아서 처리해주고...
그러면서도 극강의 테란 유저는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김택용의 3.3 결승전은 토스 vs 저그의 상성관계를 약화시킵니다.
김택용의 등장으로 대 저그전 토스 빌드의 주류는 완전히 달라져버리죠.
앞마당을 먼저 먹고 커세어를 지속적으로 모으는 김택용의 대 저그전이 정석이 되어버립니다.
그 결과 저그에게 눌려 힘을 못피던 토스가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토스의 본선진출이 늘자 반대로 테란이 토스에게 죽어나기 시작하면서
세 종족의 상성이 어느 정도 조정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이제동, 이영호, 송병구 등 각 종족별로 라이벌들도 등장하게 되죠.
기존의 마재윤 전성기 때의 기량을 한단계 뛰어넘은 선수들이 대거 나타납니다.
혹자는 골든에이지라고도 부르고, 춘추 전국시대라고도 부르죠.
어떻게 보면 지금과 같은 각 종족의 황금기, 혹은 춘추전국시대에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홀로 본좌로 등극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좌로 불리려면 이제동 팬들의 반대에도 부딪힐 것이고,
이영호 팬들의 반대에도 부딪힐 것이고, 송병구 팬들의 반대에도 부딪힐 것이고,
무엇보다 끝까지 따라올 마재윤 팬들이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겠죠.
만약 온게임넷을 우승하지 못하면 '거봐라, 본좌가 아니다' 라 할 것이고,
우승한다 해도 김택용에게 상대전적이 앞서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남아있다면
'아무개를 이기지 못하면 아직 본좌가 아니다' 라고 할 것입니다.
설령 그 아무개를 상대전적에서 앞서게 된다고 해도
'그 정도 전적은 압도한다고 볼 수 없다' 고 할 것이고,
세월이 지나서 그 선수에게 압도적인 전적을 갖게 되어도
새로 등장하는 신인이 있으면 그 신인을 압도하라고 새로운 주문을 하게 되겠죠.
그러다보면 김택용 선수는 아무리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2년 3년이 지나도
절대 그 요구조건을 다 채우지 못할 게 분명하고,
그러다보면 스타크래프트 2가 나오던지 아니면 김택용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 기량이 하락세를 타고야 말겠죠.
애당초 본좌라는 건 마재윤의 개인닉넴이기 때문에
임이최는 물론이고 김택용에게 있어서도 본좌보다 위대한, 예를들어 신은 될 수 있어도
본좌로는 인정못할 핑계가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혁명가라는 별명이 커리어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면
차라리 본좌가 아닌 지존, 제왕, 아니면 프로토스의 신이 되었든 뭐든 간에
다른 별명을 지어주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릅니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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