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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랐다. 2009시즌이 시작되면서 김상현이라는 걸출한 해결사가 KIA의 둥지에 날아들어 12년 묵은 구단의 숙원을 풀어줄 지는 아무도 몰랐다. 김상현은 분명히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트레이드였다.
시즌 개막과 함께 KIA는 예상한대로 타선부진의 숙제를 안았다. 2008시즌 최소홈런 구단의 불명예를 씻지 못했다. 개막과 함께 4번타자 최희섭이 제몫을 했지만 타선의 불은 좀처럼 켜지지 않았다. 중심타선에 최희섭만 덩그러히 자리잡고 있었을 뿐 집중력이 없었다.
조범현 감독과 구단은 용병타자를 영입하지 않았다. 잠시 마음이 기울었으나 야구는 무조건 마운드를 안정시키는게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면서도 내부에서 타자들의 성장에서 증강요인을 찾았다. FA 자격을 취득하는 장성호와 김상훈의 활약, 이현곤과 홍세완의 부활을 기대했다. 하지만 단순한 희망이었을 뿐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개막직후 중견수 이용규가 허슬플레이 도중 펜스에 스파이크 징이 박히며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타선 부진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개막후 채 2주도 되지 않는 가운데 고심에 빠진 구단의 대책은 타구단과의 트레이드 보강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김상현이라는 인물을 찾게 된다.
군산상고 출신 김상현은 2000년 해태에 입단했으나 광주일고 출신 정성훈에 밀려 LG로 트레이드 된 바 있다. 수 년동안 기회를 부여 받으며 주전에 도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여전히 잠재력 높은 유망주 슬러거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2008시즌을 마치고 정성훈이 현대와 히어로즈를 거쳐 FA 자격을 얻어 다시 LG로 입단하자 자리가 없어졌다. 2군으로 내려갔고 3루수가 아닌 외야수 훈련을 했다.
KIA는 김상현을 점찍고 LG와 협상을 벌여 부상회복중인 투수 강철민과의 맞트레이드 합의에 성공한다. 그 때가 4월19일이었다. 김상현은 광주로 내려와 21일부터 3루수로 선발출전한다. 조범현 감독은 주전 3루수가 없었기 때문에 주전으로 기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친정팀에 복귀한 김상현은 한 두개씩 안타를 쳐내더니 4월25일 대구 삼성전에서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장타력을 과시했다.
이후 순풍에 돛단격으로 김상현의 야구인생은 다시 시작됐다. 홈런 36개, 127타점, 타율 3할1푼5리. 홈런, 타점, 장타율 1위. 김상현이 이런 성적표를 거둘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고 KIA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낙점했다.
김상현은 두 번의 트레이드, 주전확보 실패라는 위기의 순간에서 모든 것을 내걸었다. 실패하면 끝이라는 마지막이라는 절실한 심정으로 야구에 올인했다. 조범현 감독과 황병일 타격코치의 애정과 조언속에서 대포시위를 했다. 시즌 중반 상대투수의 견제에 잠시 주춤했으나 곧바로 일어나는 근성도 함께 보여주었다.
김상현의 등장은 최희섭과 함께 '공포의 CK포'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상대 투수들은 최희섭을 피하면 김상현을 맞딱뜨리는 고통을 경험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최희섭이 자신의 욕심을 버리는 타격으로 찬스를 김상현에게 이어주었고 득점력이 폭발했다.
그러자 상대투수들은 김상현을 의식하게 됐고 다시 최희섭을 상대할 수 밖에 없었다. 최희섭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3할8리, 33홈런, 100타점의 실적을 올렸다. 우승에 결정적인 핵반응이었다. 두 선수는 이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들이 됐다. .
김상현은 최희섭과 함께 페넌트레이스 1위를 이끌었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팀의 5번타자로 제몫을 했다. 기자들은 그에게 몰표를 주어 2009년 정규리그 MVP로 선정했고 각종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하늘에서 내려온 해결사의 당연한 권리였다.
임현택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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