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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에서 물러나고 강단에 전념
21세기 최고의 천하장사로 꼽히는 이태현(35)이 은퇴를 선언, 정들었던 모래판을 떠나게 됐다.
지난 2월 용인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4월 보은장사씨름대회가 이태현의 은퇴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태현이 출전을 포기하고 은퇴를 선언하면서 팬들로선 아쉽게 됐다.
이태현은 흔히 이만기, 강호동의 계보를 잇는 씨름판의 황태자로 평가되고 있다. 1993년 데뷔한 이래 630여 경기에 출전해 500승 가까이 올려 70%가 넘는 승률을 자랑한다.
천하장사에는 3번(1994년, 2000년, 2002년) 이름을 올렸으며, 특히 백두장사에선 20차례나 정상에 올라 이 부문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1983년부터 시작된 천하장사대회가 1995년부터 1년에 세 번 열리던 횟수를 한 번으로 줄인 탓에 천하장사 등극은 세 번밖에 되지 않지만, 2000년대 들어 2005년 폐지될 때까지 2번이나 정상에 올라 21세기 가장 많은 천하장사 등극 기록도 갖고 있기도 하다.
이태현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신인 시절 1994년 12월 천하장사대회에서 결승에 올라 백승일을 이기고 첫 정상에 오르면서부터다. 당시 백승일은 이전까지 3번이나 천하장사에 올라 강호동을 잇는 최고의 씨름선수로 꼽히던 선수. 신인 이태현은 한솥밥을 먹고 있기도 한 대스타 백승일을 상대로 무려 1시간 20분이 넘도록 승부를 가리지 못해 결국 체중을 달아 무게가 덜 나가면서 처음 천하장사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이후 이태현은 백두장사대회는 수차례 평정하면서도 유독 천하장사에선 우승 문턱서 계속 고배를 마셔 최고의 씨름황제라는 평가를 받기엔 부족하단 말을 들어야했다. 그러나 이태현은 2000년과 2002년 천하장사에 오르면서 당시 함께 씨름계를 평정했던 라이벌 최홍만, 김영현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006년부터 천하장사대회가 폐지되는 등 씨름계가 쇠퇴기를 맞게 되자 돌연 은퇴를 선언해 격투기 선수로 전향해 일본에 진출했다. 곧바로 그해 프라이드와 K-1에서 뛰었지만 최홍만과 같은 성적을 거둘 것이란 큰 기대와는 달리 데뷔전 패배를 비롯해 1승 2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들고 돌아와야만 했고, 2009년 1월 모래판으로 복귀했다. 몇 년간 모래판을 떠나 있던 탓에 이태현은 복귀해서도 부진한 성적을 내며 옛 명성을 잃어버렸다.
이에 굴하지 않고 이태현은 꾸준한 연습을 한 결과 두 번의 준우승을 차지하며 점점 정상 궤도를 향해 달렸고, 결국 지난해 1월 설날장사씨름대회서 4년 만에 백두장사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9월 추석장사대회서도 우승을 차지해 다시 한 번 모래판을 평정했다.
90년대 천하장사 중 유일하게 현역 생활을 하던 이태현은 올해부터 교수직과 병행하다보니 급격히 떨어진 체력으로 인해 은퇴를 결정하게 됨으로써 파란만장한 18년간 선수생활을 마치게 됐다.
김현진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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