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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이 많은 나는 떠나고 돌아옴이 생활의 일상이다. 업무 차 떠나는 길에는 지나는 풍광만을 훑어 볼뿐이지만 돌아올 때에는 자유로운 짬이 있어, 가끔은 관광지나 유적지에 들리는 호사를 누려본다.
지난 달 말 간성에서 진부령을 향하다가 ‘건봉사’ 푯말을 보고 급히 우회전하여 약 7Km를 달려가니 넓은 주차장과 많지 않으나 제법 규모 있는 절집이 나온다.
건봉사, 전쟁 전 642칸의 본 절과 18개의 부속암자로 이루어진 큰 절이었으나 한국전쟁 시 건봉산 전투로 폐허가 되고 1994년부터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라 법흥왕 7년(서기520년) 아도화상이 원각사를 창건하고 그 후 도선국사가 중수한 뒤 서봉사라 하였으며, 고려 말엽 나옹화상이 중수하고 건봉사로 개명하였다. 1878년 4월 3일 큰 불로 3183칸이 전소되었고, 여러 차례 복원하여 1911년 9개 말사를 거느린 31본산 중의 하나가 되었다하니 전국 4대 사찰 중 하나였다는 명성이 허명은 아니다.
지금은 대웅전, 팔상전, 만일염불원, 종각 등이 복원되고 전쟁 중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불이문이 있는 상황이지만 개울의 좌우로 널려있는 절터는 3천여 칸의 옛 대찰을 짐작케 한다.
또한 임진왜란 시 사명대사가 의승병을 기병한 호국도량으로 주차장 좌측에 ‘사명당의승병기념관’이 있어 큰스님의 행적을 되새겨볼 수 있다.
주차장에서 절로 들어가는 불이문은 1.6m의 4개 돌기둥 위에 둥근 나무기둥을 세워 지은 다포양식의 겹처마 팔작지붕의 건물로 1920년에 세웠다 전한다. 그 돌기둥에는 금강저가 음각되어 사찰을 수호하는 기능을 갖는다. 요즈음 절집의 웅장하기는 하나 격에 어울리지 않게 큰 일주문이나 사천왕문에 비하면 작으나 단아한 멋이 있다. 이른 봄이면 불이문 안에서 문밖의 주차장 변 고목 벚나무에 핀 벚꽃을 볼 수 있겠다.
대웅전에 가려면 개울을 건너는 능파교라는 무지개다리를 지난다. 장마로 손실된 다리를 복원하여 놓았고 ‘능파교신창기비’에 의하면 숙종 30년(1704)부터 33년 사이에 처음 축조된 기록이 있는 무지개다리로 홍예교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전한다.
‘금강산건봉사’라는 현판이 달린 누각 앞 우측에는 배롱나무 한 그루가 건너편 빈 절터를 바라보고 있다. 종각 이외에는 텅 빈, 그러나 좁지 않은 절터를 바라기하는 배롱나무는 옛 명찰을 꿈꾸는가?
누각을 지나면 정면에 대웅전, 우측에 부처님 진신치아사리가 봉안된 만일염불원이 있다. 만일염불원에 들려 삼배하고 진신치아사리를 친견하다. 임진왜란 시 통도사에 모셔져 있던 사리를 왜병이 일본으로 가겨간 것을 사명대사께서 다시 찾아와 이곳에 봉안하였다 전한다.
불이문을 나와 주차장 옆에 있는 만해스님의 시비, ‘고향초’ ‘선창’ 등의 작사가로 유명한 조영출(필명 조명암)시인의 시비를 본다.
절에 들어갈 때 뵌 문화해설사께서 달려와 말을 걸며 이금암(1879~1943)스님의 치적과 금강갑계에 대하여 친절히 설명하고 이곳에 물 좋은 약수가 있다고 덧붙인다. 금강갑계는 사진으로 설명을 대신하고, 약수는 사명당께서 피부병이 난 승병을 씻기고 배탈이 난 승병은 먹여 치료했다고 설명한다.
마침 차에 빈 병이 있어 안내를 받아 약수를 뜰 수 있었다. 친절한 인연에 감사한다.
절 밖, 금강송은 푸르고 겨울은 깊어간다. 흰눈이 소복이 쌓이면 설경이 참 좋겠다.
차를 달려 길을 재촉하는 나그네를 붙잡는 또 하나가 있으니 절 아래 3Km여에 있는 ‘육송정홍교’이다. 능파고 보다 규모는 작으나 자연암반을 이용한 기반이며 아치 위의 석재를 서로의 면에 맞추어 다듬은 모양과 냇가의 돌을 이용한 수수함이 돋보인다. 뒤에 오는 이는 꼭 찾아보고 멋을 느껴볼 일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니다. 느낀 만큼 보인다.
지은이 마지막 땅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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