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소비자 , 이웃 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일석삼조의 경기농협 우리농산물 직거래장터

일상 속에서 우리 먹을거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식탁을 점령한지 오래된 중국 농산물은 시장 어디에 가나 있다. 퇴근 시간 소주한잔 생각나면 들르는 삼겹살집에서 먹는 마늘이며 부추, 참기름 등,  우리 농산물 이라고 생각하고 먹는 이들은 드물다. 그저 가져다주니까 먹지만 왠지 찜찜하다면 수원 인계동에서 매주 금요일 열리는 농협 직거래장터에 가볼만 하다.

온전히 우리 농산물만 직거래로 팔고 있는 신기한 장터가 바로 농협직거래 장터다. 지금까지 13년을 이어온 전통 있는 장터로 거기에만 가면 우리 농산물을 쉽게 믿고 살 수 있다. 여기에 싸다는 장점까지 있다. 유통업자의 손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속 빠진 유통업자의 마진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농가에게 분배된다. 소비자는 싼 가격으로 이득보고 생산자는 헐값에 애써 키운 농산물을 찰지 않아도 되는 곳이 이곳이다.

농협직거래장터는 경기농협본부가 경기도 농민들의 소득증대와 우리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1998년 IMF로 충격에 빠져 있는 농민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중국산 걱정이 없는 우리 마늘을 한 주부가 바라보며 흥정을 하고 있다.

농협직원들은 이날(금요일) 차를 가져오지 않는다. 평소에 주차하던 주차장에서 직거래장터가 열리기 때문에 이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한다. 출근길이 멀어 불편한 직원들도 있지만 농민들과 소비자들을 위한다는 마음이 위로가 되기 때문에 기쁘게 참가한다고 한다.

직원들이 빌려준 주차장에는 지역농협에서 추천을 받은 농민들이 자신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들고 장에 참가한다. 그 중에는 친환경 농산물도 있으며, 소소한 산나물까지 품목도 제법 다양한 편이다. 이렇게 참가한 점포는 40여개가 넘는다. 더 많은 농민들이 이곳에서 장을 열고 싶지만 장소가 비좁아 한계가 있다는 직원의 말이다.

금요일 하루 매출은 점포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루 4,0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의 매상을 올린다고 하니 적은 양이 아니다. 우리농산물 전문유통매장인 ‘하나로마트’의 일일 매상보다야 적지만 농산물 한 가지만 따지면 매출 자체는 더 높은 편이다.

현재 이곳은 회원제로 운영되며 서병수(여주 농민)씨가 회장으로 일하며 이곳 직거래장터에서 회원들의 편의를 돌봐주고 있다. 서 회장은 “많은 농민들이 오고 싶어 하지만 장소가 너무 비좁아 어쩔 수 없이 참가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좀 더 넓은 장소가 필요하지만 이곳에서 장이 열린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장소를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서 회장은 “대형마트에 가면 크고 좋은 물건만 있지 사실 그것은 실속이 없다. w보금 이라도 흠이 있으면 유통 업자에게 제값을 못 받는 것이 농산물이다. 그러나 여기서 판매되는 것은 약간 흠집이 있어도 손님들이 즐겁게 사주신다. 그만큼 싸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민들도 헐값에 유통 업자에게 넘기지 않고 여기서 팔수 있어 좋아들 하신다”며 농민들이 직접 농산물을 팔수 있도록 해준 것에 감사해 했다.

 ▲장터를 찾은 주부들이 국산 버섯 등을  구매하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대형할인마트에서 파는 농산물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건어물과 수산물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대형할인마트에서 파는 참외는 30%정도 더 싼 편이었으며 사과는 가격이 너무 저렴해 오전에 물량이 동이 났다.

또 6월이라 제철 농산물이 많이 출하되었는지 파와 갓김치용 배추, 얼가리 배추 들이 많이 선보였다. 요즘 다이어트음식으로 각광 받고 있는 고무가, 감자, 옥수수 같은 것들도 전체적으로 시중 가격보다 30%이상 저렴했다. 건어물도 북어포 400g이 만원에 거래 되는 등 50%이상 저렴한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이곳의 장점은 신선함에 있다는 것이 서 회장의 귀띔이다. 서 회장은 “여기에서 오늘 장사하려고 오늘 아침에 딴 농산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금 사서 집에 가져가면 냉장고 없이도 며칠은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직접 눈으로 보아도 농산물에서 싱싱함이 베어 나온다.

장터 오른쪽 구석에는 태안농협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우리가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전과 국수, 순대 등을 팔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에서 장사를 해 얻은 수익금으로 지역의 불우한 이웃을 돕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배추 한 트럭이 순식간에 동이나 주부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아침에 팔린 배추는 수원 팔달구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자선기금으로 쓰여 진다. 너도나도, 농협 직원들도 앞장서서 구매했다는 후문이다.

오늘 배추를 사려고 아침 일찍 나왔다는 한 주부는 “매주 여기서 장을 본다. 우리나라 거냐고 굳이 묻지 않아도 되고, 가격도 저렴하다. 그리고 가끔 덤도 많이 주신다. 그리고 오늘 내가 산 배추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 돈을 조금 더 넣었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경기농협 직거래장터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수익금의 일부를 모아 10년간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다고 한다. 이곳 농협직거래장터는 농민들에게는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수 있는 기회를 주고, 농업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으며, 소비자에게는 의심하지 않고, 색안경 끼지 않아도 우리농산물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편안한 장보기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리고 덤으로 남는 이익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돌아가는 일석삼조의 장이 되고 있다. 농협직거래장터는 앞으로 100년은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전경만 기자, 사진 박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