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밤참 '족발'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피부미용에 좋다는 콜라겐 함유량이 높아 여성들에게 더 인기인 족발의 유혹은 밤이 깊을수록 치명적이다. 족발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족발집을 여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수원에 가면 족발집들이 단체로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수원 권선동에 있는 권선종합시장이다. 권선종합시장에 가면 각 집마다 맛이 다른 족발을 파는 가게가 12곳이나 있다. 시장에 가는 것이 아니고 족발집 때문에 시장을 찾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권선종합시장이다.

권선종합시장은 두 개의 주 출입구를 중심으로 A동과 B동으로 나누어진다. 우선 B으로 들어가면 '제일순대' 집이 제일먼저 사람을 반긴다. 권선종합시장 입구에 있기 때문에 대로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족발의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많이 찾는 곳이다. '제일순대' 집의 술국은 컬컬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제일순대를 지나면 바로 '백암순대'집이 나온다. 마침 '백암순대' 집 주인장이 있어 몇 가지를 물어보기로 했다. 이름을 안 밝힌 주인장은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2시 까지 일한다고 한다. 주인장에 따르면 "배달은 도저히 바빠서 못하고 사전에 주문하면 시장 근처 정도는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한다.

목,금,토요일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잠시 쉴 틈도 없다는 주인장은 "족발을 손님에게 내기 전에 한방약재를 써서 족발 특유의 돼지 냄새를 없애고, 내가 먹는 것처럼 생각해 반찬도 준비한다."고 했다.

이어 백암순대의 주인장은 족발 써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에 얼른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칼을 빼어들었다. 순식간에 족발들이 먹기 좋게 썰어진다. 역시 20년 족발집을 경영한 사람의 손놀림은 달랐다. "슥삭 슥삭" 칼질이 끝나자 먹음직스러운 족발 한 세트가 완성됐다, 순식간이었다. 이곳에서 족발을 직접 먹으면 순대와 술국이 서비스로 종종 나온다. 퇴근 시간에 이집을 들려 소주한잔으로 피로를 푸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다는 주인장은 "처음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할 때는 너무 어려웠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고 한 20년 하다 보니 지금은 요일마다 들려주는 단골이 다 다를 정도가 됐다. 이곳에서 장사가 잘 된다고 하니 다른 집들도 많이 생겼다. 그들과 서로 협력해서 이곳 권선종합시장이 더욱 번성했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시장통 골목으로 더 들어가니 이곳 권선종합시장의 상인연합회 회장이 직접 운영하는 족발집에도 가볼 수 있었다. 조은원 회장은 올해 2월1일부터 회장직을 맡아 상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 회장에 따르면 "권선조합시장은 27년 전부터 운영됐으며 전체 상가는 90여개 정도 되고 이 중 12곳이 족발집이다. 각자 집마다 단골이 다 있어 나름대로 장사가 다 잘되는 집들이다."고 말했다.

또 조 회장은 "A동과 B동이 각 1,3 주와 2,4주씩 돌아가며 휴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족발집을 찾는 분이 그냥 돌아가는 일은 없고, 같은 업종끼리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화목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은 "우리 가게만 하더라도 단골로 찾아주시는 공무원들이 있어 유지가 된다."며 우리를 반겨했다.

조 회장이 밝힌 권선종합시장은 네모반듯한 1050평 대지위에 세워져 있으며, 올해는 7억5천 만원의 예산을 들여 B동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번에 리모델링으로 현대화되는 것은 아케이드, 건기, 간판 그리고 하수구 정비라고 한다. 권선종합시장의 유명세가 리모델링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족발집으로 시작한 시장의 반대편에는 반찬가게들이 많았다. 온간 나물반찬과 김칫거리가 예쁘게 진열되어 있어 저절로 군침이 돌아 주인 아무머니에게 일부러 말을 걸었다.

시장통의 끝자락에서 만난 반찬가게 아주머니는 우리가게 이름이 '다인반찬'이에요 꼭 기억해주세요. 반찬도 궁합이 있어요. 이곳에서 반찬을 사시면 음식의 궁합을 맞춰드려요"라며 친절하게 반찬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

그러나 주인아주머니는 "우리는 설탕도 안 쓰고 되도록 조미료도 천연제품을 고집하고, 고춧가루도 국산만 100% 사용하고 있다. 모든 반찬을 직접 이곳에서 만들어 신선한 반찬을 즉석에서 먹기에 딱 좋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마트로만 가려고해서 걱정이다."고 말하며 재래시장 선전을 좀 해달라고 하신다. "젊은이 여러분 마트보다 여기 시장이 품질도 좋고 가격이 싸요!"

B동을 빠져나와 A동으로 들어가니 제일먼저 '상근이 포차'라는 횟집이 나왔다. 열심히 수조를 청소하시던 사장님이 카메라를 보고 "사진을 왜 찍는 것이냐고 묻는다."

여기 시장 홍보취재차 나왔다는 말에 가게 중인은 수조를 청소하던 손을 잠시 놓고 시름에 잠긴 표정으로 한 말 하신다. "요즘 너무 불경기야. 있는 사람들이 돈을 너무 안 쓴다. 그래서 없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다. 시중가보다 싸게 파는데도 손님이 없다. 참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일본방사능 오염 탓인지 횟집 장사가 힘들 다더니 여기도 그런 모양이었다. 국산 광어 한 마리가 소자는 2만원, 중자는 3만원, 그리고 대자는 4만원 한다고 하니 비싼 것은 아니었다. 빨리 일본 방사능 문제가 정리돼 횟집도 잘 됐으면 하고 다음 집으로 넘어갔다.

B동은 전체적으로 먹거리보다 야채가게와 옷가게 같은 것들이 비교적 많았다. A동과 B동을 잘만 꾸며 놓으면 대형마트 부럽지 않은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처에 권선 1,3지구 아파트단지들이 있기 때문에 현대화에 성공만 한다면 주민들이 물건 구매를 위해 멀리가지 않고 이곳으로 몰릴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