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진 "앞으로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독산성을 국제적 문화제로 만들어 갈 것"

전두환 헬기주차장에서 독산산성으로 향하는 길은 독산성의 서문으로 이어진 가파른 길이다. 길 입구에 그저 독산성에 대한 짧은 안내 표지판만 있었지, 이 길이 독산성의 서문까지 얼마나 가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되어 있지 않았다. 1,500년이 넘도록 이 지역을 지킨 문화재에 대한 오산시의 인식부족을 지적하자 이윤진씨는 “앞으로 하나하나 시민운동을 통해 고쳐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오산시민인 내가 다 부끄럽다.”며 메모지를 준비한다.

가파르긴 가파르다. 이 가파른 산위에 산성을 쌓은 백제인들의 의지가 새삼 절박하게 느껴진다. 고구려의 남하를 함께 막자며 신라와 동맹을 맺고 북진을 하다 신라의 배신으로 한강을 빼앗기고 이곳에서 배수의 진을 쳤을 백제전사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 적군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한 치

독산산성의 서문에서 남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 못가 서문과 남문 사이의 ‘치’가 보였다. ‘치’란 성벽에서 일정 부분을 튀어나오게 만들어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군을 감시하기 위한 시설이다. 서문과 남문 사이의 ‘치’이니 ‘서남일치’정도로 이름을 붙였다.

오산시가 독산성에 관심이 없는 듯 서남일치에는 이것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이윤진씨는 “오산시가 문화재 관리와 보호를 할 줄 아는 지방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독산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안내판과 성의 기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표지판 등을 제작할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  절벽위에 축성된 성곽의 모습

성벽을 따라 가는 길, 성벽 아래는 절벽과 같은 풍경위에 나무와 풀들이 자기들대로 얽히고 얽혀 밀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는 오산시 세교동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신도시가 없었다면 오산천이 보였을 것이다.

서문과 남문의 중간에는 또 다른 ‘치’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곳에도 치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윤진씨는 “치마다 백제의 깃발을 꼽고,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간다면 이 독산성이 국제적인 문화제가 될 것이다. 내가 꼭 그렇게 해보이고 싶다”며 앞으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은 듯 즐거워했다.

독산성의 남문에서 이어지는 길은 있었지만 암문에서 이어지는 길은 아예 정비를 하지 않아 길이 사라져버렸다. 또 문마다 성문을 달았던 흔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성문조차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특히 남문은 문 위에서 적군을 방어하기 좋게 별도의 평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 이색적 이었다. 문으로 들어오는 길이 5~6m 이고 그 양옆 위로 별도의 평지를 만든 것으로 보아 완벽한 방어를 위해 일부러 조성 한듯했다.


   ▲ 독산성 남문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계단형 성곽

남문에서 동쪽의 성벽을 바라보고 있으면 탄성이 절로난다. 마치 남미 페루의 어느 성과 같은 느낌이 든다. 계단형식으로 산의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성벽과 높이를 맞추기 위해 쌓아올린 돌들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어때요 멋지죠, 백제인의 기술이 이곳에 집약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라며 이윤진씨가 자랑스러워한다. 돌을 잘 다루었다는 백제인의 기술이 만들어낸 예술을 보는 듯 가슴이 절로 뛰었다.

돌로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남문과 동문 사이의 ‘치’가 또 보인다. 아마도 이름을 붙이자면 ‘동남일치’ 정도 될 것으로 생각됐다. 동남일치에서 멀리 풍경을 보면 동탄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누구인가 군사를 이동 시켰다면 이곳에서 다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이윤진씨가 보적사의 스님에게 앞으로 독산성을 잘 가꾸어 나겠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동남일치의 옆에는 백제시대에 창건됐다는 보적사가 있다. 조계종인 보적사는 대웅전과 삼성각 등을 갖춘 비규적 규모가 작은 사찰이다. 보적사의 스님이 이윤진씨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한다. 스님은 “사찰을 조금 더 늘리고 싶어도 문화재 관리규정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 그리고 이 독산성은 오산시가 방치를 해서 이렇게 망가지고 있다. 참 안타깝다”며 이윤진씨에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이윤진씨는 “이제 독산성을 제대로 복원하고 보존할 수 있는 단체들이 만들어 질 겁니다. 백제인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이곳 독산성을 앞으로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겠습니다.”라며 스님을 위로 했다.

보적사를 지나면 바로 독산성의 동문이 나온다. 보적사의 입구를 겸하고 있는 동문 주위로는 제법 많은 꽃들이 만개해 있어 보기에는 좋았지만 그것보다는 어서 성문을 만들어 다는 것이 시급해 보였다.

동문에서 보면 동북일치가 보인다. 이 동북일치는 동문과 북문을 감시할 수 있는 초소이기도 하지만 수원이 보이는 중요한 지리학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곳에 더 멀리 볼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보는 것도 좋을 듯 했다.

   ▲ 어떤 일을 도모 하던 결과도 중요하지만 절차와 방법도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철학을 말하고 있는 이윤진씨

동문을 빠져 나온 일행은 다시 보적사 주차장으로 내려와 노점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면서 앞으로 독산성을 어떻게 하면 세계적 명소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담소가 오갔다. 그러던 중 이번 선거에 대한 질문을 하니 이윤진씨는 “선거라고 하는 것에는 절차와 방법이 따르는데 나는 절차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쁜 방법으로 상대방을 이기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찾아 선거에서 이겨야지요.”라고 한다. 는 그의 철학을 살짝 들여다보고 하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