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의 도시 온양을 가다

조선을 옮겨 논 설화산 외암민속마을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도시

▲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기다리고 있는 온양온천역

조선의 임금들이 즐겨 찾았다는 온천의 도시 온양을 갔다. 수원에서 온양시를 가는 교통편은 전철과 열차 버스 등이 있지만 열차를 타기로 했다. 온양시까지 열차로 약 한 시간 정도만 가면 ‘온양온천역’에 도착한다. 온천을 찾는 방문객이 많은 관계로 역 이름조차 온천역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온양온천역’은 정오가 지났으나 아직 겨울의 모습이 남아 한산했다. 기차역을 중심으로 한 광장은 어느 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온양역도 예외 없이 역 앞에 광장이 있다. 썰렁한 광장 맞은편으로는 커다란 재래시장이 있다.

▲ 토요일 오후 붐비는 온양 재래시장

서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형 재래시장, 시장 전체를 둘러보는 일은 일정상 포기해야 할 듯했다. 온양 외암마을 보존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외암마을 세계문화유산 등재 현장을 둘러보고, 온천까지 겸하려면 약간 시간이 빠듯했다.

온양 ‘외암민속마을’은 조선 중기시대의 마을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중산층에서 평민들이 살았던 가옥구조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다. 아직까지도 옛집에서 사는 가구들이 상당히 있을 정도로 보존이 잘 되어있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하기 위한 노력은 더 필요해 보였다.

온천역에서 외암마을에 가려면 재래시장 인근에 있는 버스정류소에서 100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그러나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만 운행되기 때문에 세 사람 이상이라면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 버스가격과 택시비용이 거의 비슷하다.

외암마을에 들어서면 외지인은 돈을 내라고 한다. 입장료는 한 사람당 2000원이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한 시간 반 정도면 넉넉하다. 외암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는 어느새 카페가 들어서서 이제 한국에서도 유명한 커피가 되어버린 ‘아메리카노’를 사 마실 수 있다.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가면 왼편으로 하천가에 물레방아가 만들어져 있다. 물레방아의 물 저장칸에 물이차면 방아가 돌아가면서 자동적으로 절구를 움직이게 만드는 조상들의 수력기계장치는 일부가 고장 난 듯, 물레만 돌아가고 방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원형에 가까운 물레방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관광객들의 방문이 더 많아지게 되면 물레방아의 기계적 원리에 대한 안내간판이 필요할 것 같았다.

물레방아를 지나 더 왼편으로 들어가면 조선시대의 가옥들이 계층별로 전시되어 있다. 상류층 가옥부터 만나게 되는 가옥들은 대개 ㅁ자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개인이 사용하는 방들은 현대식 방의 규모보다 작은 편이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방안 규모를 축소시켜 난방의 효율을 올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 상류층 가옥의 평면구조도

대체로 안채와 바깥채를 구분하고 그 사이에 작은 정원식의 마당을 놓아 태극의 문양을 연상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들은 초가삼간 이상의 집들에서 보이는 구조로 반상과 내외의 구분을 엄하게 했던 조선의 풍습과 난방을 겸함고자 했던 실용적인 사상에 의한 것들이다.

마을의 서쪽 끝에 가면 초가삼간을 볼 수 있다. 담장 안, 한 채의 지붕아래 3칸의 방이 나뉜 집이 ‘초가삼간’이다. 본채에 해당하는 가운데 집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부엌 그리고 오른쪽은 행랑이다. 행랑은 남녀와 신분의 차이 없이 일을 볼 수 있는 방이다.

전시된 집들 위쪽에는 과거의 마을이 그대로 형성되어 있으며, 아직도 사람들이 실제 예전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집과 집, 도로와 도로 사이에는 두께 60cm, 높이 120cm의 돌담들이 줄을 지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집과 집 그리고 도로와 집사이의 경계가 돌담으로 구분되어 있다.

마을을 방문한 방문객과 농촌마을을 체험하기 위한 시설들 또한 특이하다. 마을을 전체적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설화산 초입까지 논밭이 정리되어 있으며, 농촌체험을 위해 숙박을 하며 논농사와 밭농사를 배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설화산에서 발원한 하천물을 이용해 농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쌀이 일품이라는 설명도 있다. 마을을 빠져 나올 때 이곳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는 진풍경을 보여주었다. 도시화된 마을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논에서 미꾸라지 잡는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하게 한다.

전반적으로 외암마을은 조선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보는 것도 큰 의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차편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며, 외암마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가꾸려면 보다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 온양 시내에 마련된 노천 족욕탕 풍경

다시 온양 시내로 돌아와 온천을 찾았다. 과거와는 달리 온천의 형태도 크게 변했다. 찜질방의 유행과 함께 들어선 온천시설과 호텔을 겸한 온천시설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가족탕을 선호하는 이들은 가족탕이 별도로 마련되어진 온천장을 찾아야 한다. 가격은 온천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일인당 1만원선 미만이다. 이외에도 온양에서는 방문객과 도시거주민을 위한 노천 족욕시설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족욕시설은 길거리에서 신발을 벗고 온천물에 발을 담구어볼 수 있는 시설이다. 온양을 선전하기에도 좋고, 마을 주민과 온양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한다. 온양은 전반적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시설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을 가지고 넉넉하게 둘러본다면 생각 밖으로 커다란 재래시장과 지천에 널린 온천욕장이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경만 기자jkmcoma@hanmail.net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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