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모비딕"-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모비딕’은 미국의 작가 멜빌이 지은 동명의 해양 소설이 ‘모비딕(Moby Dick)’에 등장하는 흰 향유고래를 뜻한다. 언뜻 지난 2011년 개봉했던 한국영화 ‘모비딕’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제목은 영화를 파악한 후라면 어째서 이러한 제목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정부위의 정부의 정체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음모론에 관한 영화이며, 실제로 있었던 사건인 1990년 보안사 소속 윤이병의 군의 민간인 사찰사건 양심선언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군에서 민간인 사찰을 위해 운영되던 술집 이름도 ‘모비딕’이라고 한다.

‘모비딕’은 은닉되어있는 정부를 조정하는 정체불명의 단체와 몇 명의 기자들의 싸움이다. 처음 시작은 발암교 테러사건이었다. 정부 측의 공식 발표는 ‘북측의 짓이다.’이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자주　쓰이던 핑계다. 전쟁을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우리에게 북한의 일은 민감하고 쉽게 사람을 겁먹게 만든다. 북은 언제나 좋은 핑계가 되어준다. 마치 평화의 댐 사건과 같다. 어쨌든 그래서 그 일에 관해 취재를 하던 차, 갑자기 이방우기자 앞에 몇 년간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오래전 알고 지내던 후배 윤혁이 나타났다, 그것도 탈영했다고 하며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 어딘가 석연치 않다. 이것저것 숨기는 것도 많아 보이고 아는 것도 많아 보이고, 비밀번호가 걸린 플로피 디스크를 잔뜩 가지고선. 결정적으로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쫒기기 까지 한다.

그런데 이 녀석이 대뜸 던지길 발암교가 조작된 사건이라고? 그때부터 기자 이방우와 동료기자 손진기, 후배 성효관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모비딕을 쫒기 시작한다. 사건은 쫒을수록 미궁이고, 상대는 정체를 보이지 않는 정부마저도 조정하는 거대 조직이다. 게다가 살인도 서슴치 않고, 기자들은 이미 그들에게 눈에 찍혀있다. 방해는 끊임없이 계속된다. 자료는 빼앗기고 증인을 죽이고 납치, 허가받지 못한 폭력 또한 그들의 전유물로 사용한다.

이 불안과 음모가 넘치는 영화에서 우리가 그래도 찾아본 희망이라 하면 사건에 임하는 주인공들이다. 여기서 우린 언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국가에 의해 조작된는 사건, 아니 국가 위의 조직에 의해 조작되는 사건에 모든 기관은 입을 다물고 경작 또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파해친 사람들은 기자들이었고 마지막의 마지막순간 이방우는 기사를 쓰기를 결심한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그가 마지막에 보여준 것이다.

영화중 이방우는 2번의 꿈을 꾼다. 첫 번째 꿈은 물속에 가라앉은 이방우가 거대한 벽을 본다. 그 벽을 더듬더듬 만지던 이방우는 결국 그냥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음번에 꾼 꿈에선 이방우는 거대한 고래를 보았다. 그가 전에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거대한 고래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것은 그가 드디어 사건의 단편 단편들 속에서 전체를 보게 되었단 뜻일 것이다. 영화의 ‘모비딕’에 제목에 대한 뜻은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한명이 상대하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잘 보이지도 않지만 그곳에 분명히 존재한다.

음모론으로 가득 찬 이 영화는 ‘어쩌면 우리도 감시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마치 1990년의 민간인 사찰처럼 말이다. ‘모비딕’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으로 가득 차게 만드는,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닐지 모른다. 기분을 찜찜하게 만들고 조심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야 할 영화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한번 봐볼 것을 권한다. 그 찜찜함은 우리에게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진지하게 의심을 가지란 것이 아니다. 픽션은 픽션으로 받아들이되, 우리 주위에 있던 정부의 말들, 언론의 의미, 자연스럽게만 받아들였건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해인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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