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축제와 행사를 비롯한 국가 경축일과 기념일이 정말 많은 달이다. 1일 국군의 날, 2일 노인 날, 3일 개천절, 5일 교과서의 날 · 세계 한인의 날, 8일, 재향군인의 날…등등. 9일 한글날은 금요일이다. 추석 연휴가 지난 지 2주 만에 또 3일간의 황금연휴를 즐기게 되었다. 한글날은 우리글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는 국경일이다. 그러나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를 선언했던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공휴일이 너무 많아 경제 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법정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로 바뀌는 수모도 겪었다.

이후에도 한글의 수모는 이어져 최근 한글은 뜻이 바뀌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6월 15일 ‘너무’의 뜻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 변경했다. 이제는 "너무 예쁘다, 너무 좋다, 너무 맛있다"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이 아니고, '너무'가 긍정과 부정에 두루 쓰이게 됐다.

‘너무 고맙다.’라는 표현 대신 ‘정말 고맙다.’라는 말도 있다. '정말 예쁘다'와 '너무 예쁘다'는 느낌이 다르다. ‘너무’는 처음처럼 부정적인 표현에만 사용해야 한다. ‘너무’ 대신 우리말의 고운 형용사 ‘참, 굉장히, 아주, 무척, 대단히, 매우’ 등을 써도 결코 다르거나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잘못 쓰기 쉽다. 형용사 ‘다르다’는 같지 않다는 뜻이고 동사 ‘틀리다’는 맞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잘 구별해서 써야 한다. ‘진짜와 가짜는 척 봐도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라고 해야 하고, ‘연아와 마오는 첫인상부터 틀렸다’가 아니라 ‘달랐다’라고 말해야 한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정말 틀렸다고 너무 따지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말 우리글의 맞춤법, 띄어쓰기에는 한없이 무감각하고 관대하면서도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에서는 철자 하나만 틀리면 정말 깜짝 놀라며 지나치게 호들갑을 떤다. 한술 더 떠서 대기업이나 공기업들도 정말 너무한다. 한글이 아닌 영어로 기업의 이름까지 바꾸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LG, SK, KTF 등은 물론 포항제철이 POSCO, 한국통신공사가 KT, 현대전자가 SK하이닉스로 회사명을 바꾸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벤처산업이나 구멍가게까지도 온통 외래어로 뒤바뀔 전망이다. 그뿐인가. 우리가 사는 아파트, 먹고 마시는 식품, 입는 옷까지 온통 외국어가 정말 판을 치고 있다.

요즘 인터넷에 익숙한 신세대는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휴대전화 등에서도 이상한 조어나 속어, 외계어, 축약어를 정말 너무 많이 쓴다. 그냥 재미로 보고 듣고 모르는 체 넘기기에는 정도가 정말 지나치다.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글은 너무 자극적이다. 정말 쉽게 흥분하고 쉽게 뱉는다. 한마디로 너무 엉망진창이다. 생활까지 엉망 될까 봐 정말 걱정이 앞선다. 그들이 국어사전을 가까이하여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골라 통신언어로 활용하고 외국어 사용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 할 때다.

그전에도 자장면과 짜장면 둘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했다. 자장면이 표준어면 짬뽕은 잠봉인가? 외래어인 자장면을 ‘짜장면’이라 읽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안 된다. 버스를 ‘뻐쓰’로, 게임을 ‘께임’으로, 서비스를 ‘써비쓰’로 발음한다. '짜장면'하고 '자장면'이 모두 표준어라면 '짬뽕'도 '잠봉'과 함께 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 '짜장면' 혹은 ‘자장면’ 중 하나로 통일해야 마땅한다. '남북'이 통일이 되지 않는 이유도 너무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원칙이 바뀌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에 두루 적용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 원칙이라지만 너무 원칙만 고수하는 것은 정말 너무한 것 같다.

이원규 기자  mail@newstow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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