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대한민국 평균 강수량보다 적은 비가 내리더니 올해는 그나마 강수량이 반 토막이 났다. 그동안 저수지 관리를 잘해온 덕분에 농사를 못 짖는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올겨울 강수량이 평년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내년 봄 농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올해 농사는 물을 받아놓았던 저수지가 있어서 가능했다. 저수지농법은 조선 정조시대 때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근대 농법이다. 삼국시대에도 저수지에 물을 받아 농사에 이용한 흔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정조 시대부터 이다. 수원의 서둔동이 저수지 농법을 이용한 대표적인 논이라 할 수 있다. 정조 이후 저수지를 이용한 농사법이 활발하게 보급됐으며 일제강점기로 넘어가면서 수리조합들이 본격적으로 저수지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또한 수리조합들은 시대의 발달과 함께 발전해 일부는 농업협동조합이 되기도 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농어촌공사 같은 농림부 산하기관으로 발전해 지금 한국의 저수지들을 관리하는 공기업이 됐다. 그런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기관들이 비가 오지 않아 비상이 걸리기 시작했다.

경기도 저수율이 30%대로 내려가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제한급수를 고려해야 할 만큼 위기를 맞고 있다. 한동안 돈을 내지 않고 농업용수를 농민이 원하는 만큼 수로에서 끌어다 썼던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듯한 가뭄 앞에 다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농업용수는 하천에서 끌어다 쓰기도 하며 저수지에 있던 용수를 수로를 이용해 끓어다 쓰기도 한다. 그것도 부족하면 관정을 뚫어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물이 부족한 경우에는 저수지 물 대신에 강물을 끌어다 쓰는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4대강 사업의 공과를 떠나 저수지 바닥보다 낮은 하천바닥으로 물이 흘러들어 강 주변의 저수지에도 물이 부족한 상황이 현실이라면 큰 물줄기에서 물을 직접 끌어다 쓰는 역 4대강 사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4대강에 물을 보관하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4대강에 관수로를 연결해 필요한 곳에 물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저수지도 살리고 강도 살릴 수가 있다.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면 농사뿐만 아니라 생태계도 파괴되기 때문에 저수지 보존은 꼭 필요한 사업이다.

또한 비가 멈춘 상황이 계속되고 다음 해 농사까지 걱정해야 지경이 되면 민심의 이반이 커진다. 민심의 이반은 정치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미 “비가 오지 않는 것은 국민이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하늘조차 울지 않아 가뭄이 들었다”는 말까지 돌 정도이다. 정부의 늑장대처가 길어지면 길수록 농민의 한숨과 국민의 원망은 말라버린 저수지 바닥처럼 골이 깊게 파일 뿐이다.

전경만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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