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일곱 번째 임금 세조는 조카의 왕위를 무력으로 찬탈해 스스로 왕의 권좌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지 않는 신하들을 무참하게 숙청했던 인물이다. 세조의 쿠데타에 가담했던 인물들은 세조 이후 조선의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좌지우지하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에 이르기까지 권세를 휘둘렀다.

쿠데타 세력들이 카르델을 만들어 권력을 휘두르자 이에 반하는 세력이 생겼다. 이른바 사림파로 불리는 세력들이다. 세조와 그의 친위부대들이 만든 훈구파와 사림파는 조선 중기를 넘어서며 사색당파로 발전해 간다. 조선을 망국의 길로 인도한 사색당파는 사실상 세조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조선의 두 번째 쿠데타는 ‘인조반정’을 말한다. 앞서 15대 임금이었던 광해군은 아버지인 선조를 대신해 임진왜란의 복판에 서서 전쟁을 사실상 지휘했다. 이때 광해군이 보았던 조선의 실상과 전쟁의 참상은 끔찍했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북쪽의 명나라와 후금(청나라)간의 전쟁소용돌이에서 중립을 찾고자 했던 광해군은 서인이 주도한 쿠데타에 의해 실각한다.

광해군을 대신해 집권한 인조는 친명배금정책을 펼친다. 이에 후금은 군사 20만을 한양으로 급파해 조선을 공격했다. 미처 강화도로 피신하지 못한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치욕적인 화평조약을 맺었다. 그리고 조선의 힘없는 양만 30만명이 금으로 끌려가 노예생활을 해야 했다.

조선 다음에 만들어진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쿠데타는 발생했다. 한때 일본인이었으나 남북전쟁을 틈타 신분을 세탁한 박정희가 지난 1961년 5월16일 자신의 휘하 군사들을 이끌고 한강을 넘어 청와대를 급습한다. 그리고 정권탈취에 성공했다.

이날 이후 한국은 일본식 계급사회의 영향을 받았다. 모든 모임에서 애국가를 불러야 했으며 오후 6시가 되면 온 국민이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강요당해야만 했다. 당시 경제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정치가와 결탁한 매판자본들은 독점개발의 수혜를 입어 지금의 재벌이 됐다.

재벌과 쿠데타 세력들은 근 20여년 동안 카르텔을 형성해 가며 일반 서민이 넘을 수 없는 수많은 벽들을 만들어 냈다. 정치권력의 뒷돈 그리고 경제권력의 뒷배라는 식으로 서로를 도와주던 이들은 단 한 번도 법의 처벌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일이억도 아니고 수천, 수백억의 돈을 탈세하거나 횡령해도 정치권력은 시간만 되면 사면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우리가 남이가’를 과시해 왔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역사조차 자신들의 성공신화에 부합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쿠데타를 쿠데타라 말하지 못하고 정치권력과 손잡은 독점경제개발의 폐해를 대한민국 성공신화라고만 부르라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단은 구국의 결단이 아닌 대한민국 망국의 결단일 뿐이다.

전경만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