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석 화성시장이 화성시에 소재한 ‘당성’을 신라 중심으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성은 애초에 백제의 성곽이었으나 신라가 나제동맹을 깨고 빼앗은 성이다. 바닷물이 내륙 깊숙하게까지 들어 왔었던 화성시에서 가장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당성은 중국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이자 문명으로 가는 고속도로였다. 신라는 당성을 통해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했으며 나중에는 동맹을 통해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역사적으로 경기도 서남부에서 발견되는 성곽 중 신라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성곽을 보면 아차산성과 용인 할미산성이다. 한남정맥을 따라 다시 서해안 끝자락에 위치한 당성까지 연결되는 신라의 한강 진출 벨트는 오늘날 인구의 이동루트와 같으며 기업의 유통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경주에서 시작한 신라의 진출을 막아선 곳은 오산이다. 한수이북과 용인, 안성까지 진출했었던 신라가 끝내 점령하지 못한 성은 오산의 독산산성이다. 수원과 용인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오산의 독산산성은 가파른 산 위에 만들어진 백제의 절대 요새였다.

독산산성은 밀물이 들이치면 넓어지는 황구지천을 방어막으로 삼았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직각형태의 성벽을 구축했다. 일찍부터 돌을 잘 다루었던 백제인들은 돌을 이용해 첩첩이 기단을 쌓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버틸 수 있도록 했다. 얼마나 성을 견고하게 쌓았으면 화성의 당성과 용인의 할미산성 대부분이 무너진 반면 독산산성은 1500년전 그대로 아직까지도 원래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임진왜란 이후 정조시대에 일부 복원을 했다고는 하지만 백제의 혼이 원형상태로 아직 남아 있다.

독산성의 성곽구조는 백제가 망한 서기 660년 이후 일본으로 전수됐다. 백제부흥운동이 실패로 끝난 663년 백천강 전투를 마지막으로 수많은 백제인들이 일본 규슈로 망명했으며 그곳에서 다시 백제의 성을 만들어냈다. 백제의 성이 우리나라에 다시 들어오게 된 것은 임진왜란 때이다. 인진왜란을 일으킨 일본군들은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 왜성을 만들었다. 일본 왜성은 조명연합군의 대규모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훗날 조선정부에서도 일본 왜성과 같은 성을 만들자는 건의가 있었을 정도였다.

일본 산성의 원형 모델이자 세계문화유산 이상의 가치가 있는 오산의 독산성은 백제의 장인정신을 버리고 조선시대로의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수원의 아류 성으로 복원하고자 하는 오산 정치계는 백제문화의 가치와 경제성을 버리고 수원의 아류로 편입하려 하고 있다. 화성이 당성을 통해 신라의 실크로드를 찾아 화성시의 자주성을 높이고 시민들에게는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고자 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오산은 찬란한 백제의 문화유적을 버리고 스스로 수원의 아류로의 편입을 선택 했다. 오산시의 ‘오’는 까마귀 ‘烏’자다. 기원전 부여로부터 시작된 삼족오의 전통을 버린 오산시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

전경만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