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인구편차 1대2의 비율로 선거구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촉발된 제20대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13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공직선거법 부칙에는 총선 5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여야 지도부는 선거구 획정을 매듭짓지 못해 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선거에 나서려는 상당수의 신인 정치인들은 자신이 뛰어야 할 지역구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방황 중이다. 어느 지역에 가서 누구와 만나서 자신을 알려야 할지 난감하다고 하소연이다.

12월 15일까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예비후보자 등록도 어려워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현역 국회의원들은 지금의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임기동안 쌓은 인지도가 있고, 의정보고회나 각종 공식적 행사 참여 등을 자신들은 충분히 홍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현역에게는 누가 선거에 나오는지, 후보자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사회적 활동을 해 왔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로 있는 것이 유리하다. 정치기득권의 벽은 이렇게도 두텁고, 신인이 뜻을 펴기에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여야 간, 또는 같은 정당 내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득을 확보하려고 피터지게 싸우면서도 여야 의원 모두 선거구획정에 “급할 것 없다”는 면에서는 이해관계가 일치해 보인다.

그동안 여야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에 있어 신경전을 펴왔다.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인 현재의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현재의 의석수를 유지한 채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를 늘리거나 현행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의석수에 있어 현행보다 약간의 증가는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양당이 선거구획정 관련 양보 없는 팽팽한 대립을 벌여온 것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비율에 따라 자신들의 전체 의석수와 정치적 영향력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어촌 소속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에서의 농성과 주민을 동원한 힘의 과시를 통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오랫동안 여야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의 논의와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 논의를 통해 이미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모든 내용은 나와 있고 각 당과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도 드러났다. 이제 양당 지도부의 결단만이 남았다.

선거구 조정과 관련,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결정을 위해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를 만들었지만 여야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고, 게리멘더링(이해 관계에 따른 임의적 선거구 조정) 구태도 재연될 전망이다.

국민의 이해관계가 투표에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도 도출을 물건너가게 한 정치권에게 더 이상 크게 기대할 것은 없지만, 마지막까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추태보다는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이라도 지키길 바란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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