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박근혜 대통령이 심판론을 제기해 정쟁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여름 메르스 사태로 국민이 불안에 떨던 순간에 같은 당 전 원내대표였던 유승민을 향해 대구 지역민들이 심판해야 한다고 선동해 물의를 일으키더니, 며칠 전에는 ‘국민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며 국회의원 물갈이를 주장한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선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는 발언도 했다.

또한 “대한민국 경제와 국민의 삶을 볼모로 잡고 민생법안을 통과시키고 있지 않다”고 국회를 비판했지만 이것이 실제로는 야당을 겨냥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국정을 논의해야 할 국무회의 자리에서 대통령이 어떤 의도를 갖고 정치적인 발언을 계속하는 건 보기에 좋지 않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발언과 관련, “장관과 청와대 출신 등 측근을 대거 선거에 내보내면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자신의 사람들을 당선시켜 달라는 노골적인 당선운동인 동시에 야당과 이른바 비박(비박근혜)에 대한 노골적인 낙선운동”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했다.

야당 대표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최근 청와대 인사와 장관이 선거를 앞두고 국정공백을 야기한 채 줄줄이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8월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 건배사로 물의를 빚은 것도 모자라 이젠 국회의원 자리를 노리고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내던졌다. 조만간 연쇄 개각을 통해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차례로 여의도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들 총선에 뛰어드는 대통령의 인물들은 보통 청와대와 행정부에서 1~2년 근무했거나 심지어 어떤 이는 7개월밖에 근무하지 않았다. 업무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거나 겨우 일을 할 만한 상태에서 그만둔 셈이니, 선거를 위한 경력관리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국민알기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이렇듯 국정을 희롱하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2%대에 불과한 경제성장률, 개인부채와 국가부채가 각각 1000조 이상, 실질적인 청년실업률 두자릿수, 전월세 대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당시의 무능하고 한심한 대응은 대통령과 장관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만 해도, 뜬금없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국민을 둘로 나누어 놓았다. 경제살리기와 민생은 실종되고 전국이 이념 논쟁에 휩싸이며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해왔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위기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혼란 책임을 남 탓으로만 돌리고 자신에 대한 성찰은 없다. 이러니 유체이탈 화법이란 얘기가 나오고 오만과 독선, 불통이라는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고착화된다.

대통령의 말대로 19대 국회의원의 자질이나 의정활동은 여야를 떠나 국민이 보기에 낙제점에 가깝다. 민생은 내팽개친 채 공천권과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기득권 유지 싸움만 할 뿐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내던진 정치성 인물들의 하는 행동을 보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

“심판을 받아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국회심판론을 언급하며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과 정부 실정에 대한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국회책임론을 제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대통령이 겸허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국민에 대한 지지와 임기 이후의 안전 보장은 올바른 국정 운영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지 현재와 같이 자신의 사람 국회의원 만들기나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