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옛말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소위 비주류라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그렇다.

그동안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의 상당수는 새누리당보다 더한 기득권 정치집단에다 비민주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권 독점, 각종 비리, 권위주의적 통치 등으로 군림하면서 호남인을 비롯한 국민 상당수가 이들에게 분노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들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 높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호남 국회의원과 일부 보수적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이 비주류, 비노 혹은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등의 이름으로 정치세력을 형성하더니 자신들에 대한 비난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타깃은 친노, 그 가운데도 특히 문재인 대표가 이들의 먹잇감이었다.

당내 소수파이면서 상당수 야권 지지자들의 원성을 사는 이들의 주장은 조중동 보수 언론이나 종편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마치 호남이나 야권 다수의 목소리인양 울려 퍼진다.

심지어 김동철(광주), 황주홍(전남), 유성엽(전북), 최원식(인천), 문병호(인천) 등 10여명의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표 사퇴’와 ‘새로운 지도체제 구성’을 요구하려다 야권 지지자들의 반발로 기자회견을 연기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에 앞서 문 대표와의 경선에서 패한 후 깨끗한 승복보다 발목잡기 행태를 보여 왔고, 저축은행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비리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박지원 의원은 12일 문 대표의 면전에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조경태(부산) 의원이나 탈당한 박주선(광주) 의원은 마치 국회활동의 전부가 문재인 대표 사퇴인 듯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날 선 비판을 해댄다.

호남·비주류 의원들이 주장하듯이 잇따른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친노 주류 집단의 당 운영, 호남에 대한 배려 등에 있어 일정부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친노·주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호남·비주류의 도덕성은 더욱 심각한 상태이고, 자신들은 당을 위한 헌신이나 단합은 하지 않은 채 순수하지 못한 비난과 분열로 야권 전체를 만신창이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들의 주장대로 문 대표를 사퇴시키고 다른 사람을 대안으로 내세웠을 때 과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수권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상황이다. 문 대표의 사퇴는 야권 주류층의 반발로 분열이 더욱 심화되고 수도권이나 영남의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친노를 비판하고 문 대표를 낙마시키려는 이들의 목적은 순수한 의도라기보다는 “호남이나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쏟아지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내년 총선에서 위기에 처한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득권 지키기 차원 아니냐”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김상곤 혁신위를 처음부터 부정하며 실패로 규정하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평가를 통한 현역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 조항을 무력화시키려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 문재인, 박원순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안철수 의원이 엉뚱하게 김한길, 박지원 등의 비주류와 어울리며 혁신안을 부정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큰 딜레마는 도덕성이나 명분이 없고 분열의 책임이 가장 큰 비주류 소수파가 너무 큰 목소리로 당 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선출된 대표를 공공연히 부정한다는 것이다.

낮은 정당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 집단이 실제로는 끊임없는 꼬투리잡기와 대표 흔들기, 분열로 국민들에게 정치혐오증만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와 여당이 아무리 민생을 파탄내고 민주주의와 역사를 퇴행시켜도 정권교체는 요원해 보인다.

“단합을 위해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비주류의 주장이 명분을 가지려면 자신들부터 먼저 소속 당에 대한 헌신과 당 운영에 대해 충분히 협조해야 한다. 야권 지지자 중에서는 호남·비주류 의원들을 오히려 물갈이 대상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 국민적 냉소의 대상인 소수의 비주류가 목소리를 높이고 언론이 이를 지상중계하며 문제를 키우는 건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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