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에 8조원, 양산에 9조원의 혈세를 들여 추진하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이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 기술에 이어 최근 쌍발 엔진 체계통합 기술 등 3개 주요 기술에 대해서도 이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구매계약을 체결할 때는 마치 모든 것을 다줄 것처럼 하다가 이제는 한국을 미래의 방위산업 경쟁자로 인식해 기술이전에 난색을 표하는 록히드마틴사와 미국의 정체를 이제는 보다 분명히 인식할 때다.

군과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9월 F35A를 차기전투기(FX)로 선정하면서 록히드마틴 으로부터 절충교역 형식으로 KFX 개발에 필수적인 25개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그 후에 “21개 기술은 11월 안에 승인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것 역시 거짓말이 될 공산이 커졌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고도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끌려 다니기만 하고, 계속해서 국민을 속이며 시간과 혈세를 낭비시키는 국방부는 현재의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적 분노와 불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7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의 보고를 받은 뒤 “기한(2025년) 내에 KFX 개발을 완수하라”고 사업 강행을 지시한 박근혜 대통령도 스타일을 구겼다. 국방부와 대통령 모두 엉성해도 이렇게 엉성할 수가 없다.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4개 핵심기술을 독자 개발하고 나머지 21개 기술은 미국으로 이전받으면 KF-X 사업의 진행에 문제없다던 정부의 말을 더는 믿을 수 없다. KF-X 사업은 이제 기간 내 개발은 물론 핵심기술의 국산화도 어렵게 된 껍데기 깡통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우방이라면 우리를 이렇듯 무시할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방문 때 우리나라의 국방장관이 미국 국방장관에게 면전에서 기술이전을 거부당한 국가적 망신을 당한 것도 불과 얼마 전이다.

차제에 록히드마틴사로부터의 F-35A 전투기 40대 도입계획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훨씬 좋은 조건에 모든 기술이전을 다해 준다는 유럽의 방위산업체에서 차기 전투기를 들여오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회 국방위는 조속히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 애초 우선 후보에 오른 기종이 F35-A로 바뀐 과정과 잇따른 대국민 거짓말 등 KF-X 사업 전반의 비리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국방전력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 아무리 시급한 과제라고 해도 이번 사태에 대한 사정 기관 차원의 엄정한 진상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일벌백계의 처벌로 국가기강을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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