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모든 열매를 수확하기에 바쁘다. 그런 바쁜 손길 중에서도 꼭 잊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과실이 열리는 나무에서 채취를 할 때 나무 윗부분에 달려있는 실과를 남겨놓는 것이다. 이를 사람들은 ‘까치밥’이라고 한다.

까치과의 날짐승 식성은 잡식성이다. 이 날짐승들은 작은 물고기나 곤충, 곡식, 쥐 등을 먹기도 하고 숲의 해충을 잡아먹어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과수원이나 밭에서 과일 등의 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일이 있어서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

이들 날짐승이 겨울에 배를 곯을까봐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모두 다 채취하지 않고 일부를 남겨놓는 것이다. 겨울에 먹을 것이 부족할 때 이런 열매라도 먹고 살아남으라는 배려에서다. 우리민족은 자연 속에서 살면서 모든 동물들과도 나누어먹는 아름다운 나눔의 미덕을 몸소 실천하고는 했다.

살기 어려운 사절 까치가 부럽다

요즈음 민초들은 살기가 어렵다고 한다. 공공요금을 비롯해 물가는 오르고 받는 월급을 쥐꼬리만 하다. 장에 나가 물건이라도 사려면 몇 군데를 돌아다녀야한다. 예전처럼 호기 있게 물건 값을 치룰 수도 없다. 나갈 돈은 많은데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야 무슨 걱정을 할까? 그들은 날이 춥거나 눈보라가 치거나 별로 관계가 없다. 그저 등 따시고 배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가야하는 민초들은 다르다. 보도매체에서 물가가 조금만 올랐다고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리고 얼마나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것인지 계산부터 하게 된다.

초겨울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더니 눈이 내린다. 그 눈 속을 까치 한 마리가 날아 감나무에 앉는다. 감나무 주인이 남겨놓은 감을 쪼아 먹는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인간과 짐승들은 서로 나누며 살았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동화가 되어 자신의 명을 다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요 순리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고 있는 인간들

그런 순리조차 저버린 세상이다, 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추위도 기승을 부릴 기세이다. 한 겨울을 추위 속에서 나야하는 민초들은 한숨만 나온다. 이럴 때는 감나무에 앉아 감을 쪼아 먹는 까치가 부럽다. 날이 추워도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은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 정작 나누어야 할 그들은 욕심을 부린다. 그리고 일부 부화뇌동한 작자들은 그들과 한패가 되어 없는 사람들을 더 괴롭힌다. 하지만 민초들은 다르다. 이웃의 불행을 내 불행처럼 여기고 없는 것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네 민족이 살아오던 방법이었다.

이제는 그런 것을 보기가 힘들다. 배를 곯아본 사람들이 배고픈 사람의 고통을 안다고 했던가? 늘 등 따시고 배부르던 사람들이야 그런 고통을 알 리 없다. 이 나라가 점점 꼴이 우습게 변한다. 그래서 눈 속에서도 느긋하게 감을 쪼아 먹고 있는 까치가 더 부럽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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