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이곳이 과연 나라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도대체 나라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아무리 먹고 살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인본주의가 실종이 된 듯하다. 사람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된다는 인본주의란 기본적인 인간으로의 근본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도대체 양식을 가진 인간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라고는 보기가 힘들다. 이 나라는 한 마디로 타협이 없다. 소통이 없다. 인간다움이 없다.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남을 배려하는 미음이 없다보니 그저 노력을 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기 보다는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주의가 팽배해 있다.

‘가정폭력(家庭暴力)’이란 부모나 배우자, 자식, 형제자매, 친척,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폭력을 말한다. 가정폭력은 폭력 중에서도 있어서는 안 되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어떻게 부모와 자식, 그리고 함께 피를 나눈 형제자매와 살을 맞대고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을 한 반려자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요즈음 사회는 도저히 인간의 상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정폭력이 행해지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이 낳은 딸을 몇 년씩이나 방치하고 폭력을 행사한 아버지가 구속되기도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심심찮게 접하는 소식이 바로 존속상해이다. 존속상해란 자식이 부모를 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해 7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는 70대 아버지를 때려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40대 아들을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40일 만에 내연녀를 집에 데리고 온 아버지에 화가 나 때려 숨지게 한 아들에 대해 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간질 약을 먹는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70대 노모를 때려 숨지게 한 남성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46)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와 같이 인터넷에서 ‘존속상해’라는 검색어를 치면 수많은 사건들이 나열된다. 어디 이것 뿐인가? 올해 경기도 김포에서는 11살 초등학생이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으로 이르게 한 사건이 일어나 SNS를 비롯한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사회는 점차 많은 폭력이 난무하고 급기야는 일어나서는 안 될 가정폭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삼강오륜을 배우며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있고 친척간에 화목하고’란 우리고유의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교육인가? 아니면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빈부의 차이 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흉악한 소식만을 전해주고 있는 우리 사회 때문인가?

알고 보면 우리 사회 모든 것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이기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고 그저 잘 먹고 잘 살고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쓰고, 더 잘 입고, 더 좋은 것을 가져야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이 사회의 고질병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인간이 되는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 나라의 구조적인 병폐 때문이다. 이제는 인간이 먼저 되는 교육을 시켜야할 때가 아닐까? 사람이 살아가야 할 세상에 금수만도 못한 비인간적인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 되었다. 나라가 온통 비정상적인 길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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