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숨을 거두실 때까지 춤으로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하신 것을 늘 한으로 여기셨어요. 살아생전 선생님께서 제게 물려주신 재인청 춤을 지켜가야죠. 그것이 선생님에 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도리인 것 같아요”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42-4에 거주하는 ‘우리춤 연구회’ 정주미 회장은 고 운학 이동안 선생에게서 전수받은 재인청 춤을 지키기에 온 정성을 다하고 있다. 고 운학 이동안 선생은 경기재인청 화랭이 가문 중 화성 남양에서 전해진 가계를 대표할 만한 화랭이 집안으로 대물림을 한 예인의 집안이다.

오산 부산동의 이용우 가계가 12대 째 대를 물린 전형적인 산이계열의 집안으로 무의식과 화랭이 춤을 지켜 온 집안이라고 한다면 화성 남양의 이동안 가계는 4대째(일설에는 그 이상이라고 한다) 재주를 지켜온 집안이다. 고 운학 이동안 선생은 경기재인청이 폐청이 되고 난 뒤 재인청 춤 교사인 용인 김인호 선생에게 재인청 춤을 전수받았다.

오직 재인청 춤만을 고집해온 춤꾼 정주미

“제가 춤을 시작하고 난 뒤 1992년에 이동안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당시 선생님께서 경기재인청 춤을 추시는 모습을 보고 그 멋과 흥에 취해 1992년부터 선생님 문하에 들어가 재인청 춤을 제대로 학습하기 시작했죠. 지금까지 오직 선생님의 춤을 전승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35년간 재인청 계열의 춤을 추어왔어요”

정주미 회장은 그동안 수많은 무대에서 스승인 이동안 성생에게서 전수받은 재인청 춤을 추어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나가 재인청 춤을 무대에 올렸다. 이동안 선생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 온 직계 제자답게 그동안 무대에 올린 공연만도 180회에 달한다. 춤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을이라는 것은 감안한다면 실로 놀라운 공연 횟수이다. 그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스승의 춤을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973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한 정주미 회장은 대학교를 다니면서 창작무용으로 각종 무용경연 및 행사에 참여하는 등 열정과 흥미가 남달랐다. 그러던 중 1982년 안양무용협회 초대 회장인 황연주 선생이 운영하던 학원을 찾아가 재인청 춤인 팔박기본무, 팔박수건춤, 승무, 살풀이춤, 검무 등을 배우면서 재인청 춤의 기본장단을 익히게 된다.

그러던 정주미 회장은 재인청 춤을 제대로 전수받기 위해 1992년 이동안 선생을 직접 찾아가간 태평무를 시작으로 엇중몰이 신칼대신무, 진쇠춤, 승무, 살풀이춤 등 재인청 계열의 춤을 1995년 6월 이동안 선생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선생의 춤을 전수받는다.

좌측은 태평무를 추는 고 운학 이동안 선생, 우측은 정부미 회장

춤꾼 이동안 선생의 춤, 끝까지 지켜갈 것

재인청 계열의 춤은 경기도를 비롯한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도 전승이 되고 있다. 삼도에 있던 재인청은 그만큼 다양한 전통문화예술을 지역적 특성이 있는 각종 연희종목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경기도에서 연희되고 있는 재인청 계열의 춤은 이용우의 진쇠춤과 터벌림춤(경기도당굿 보존회로 전승)을 비롯해 이동안의 진쇠춤과 엇중몰이 신칼대신무, 태평무, 승무와 살풀이(경기도 무형문화재), 안성의 김숙자 가계로 전해진 도살풀이(중요무형문화재 지정)와 충남 의 재인 한성준으로 전해진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지정)와 살풀이춤 등 많은 춤들이 있다.

“선생님의 평생 한이 춤꾼으로 지정을 받지 못하고 연희 종목인 발탈로 국가지정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되셨다는 것입니다. 그런 선생님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드리는 것은 바로 재인청 춤을 끝까지 놓지 않고 지켜가는 것이죠. 경기도에서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재인들의 춤이 온전히 전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정주미 회장의 춤판은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스승인 재인청 춤꾼 이동안 선생의 춤으로 문화재 지정을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그 길만이 스승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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