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지원비가 지급 정지된 지난 20일 경기도 이재정교육감이 남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현재 누리과정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서울과 경기도 등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지원비를 지급되지 못했으며, 교사 인건비와 운영비조차 지급하기 어려워지는 등 사실상 보육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사립유치원장들이 은행대출이라도 허용해달라고 시교육청에 요청한 상태이며, 일부 유치원 어린이집의 경우 학부모들에게 “원비인상” 고지에 나서며 학부모에게 부담을 지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날 이재정 교육감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부모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교육전체가 무너진다는 우려 속에서 어렵지만 일을 감당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교육재정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미봉책으로 끝내버리면 교육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무너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경기도 남경필 지사는 보육대란의 심각성을 우려해 “불을 끄는데 누구네 물로 끄느냐를 따지겠냐”며 누리과정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남 지사는 도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준예산으로 어린이집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집행하겠다고 전하며, 본인의 권한에 속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2개월(910억원)을 우선 편성해 해결한다고 밝혔다.

이런 우선편성에 대해 이 교육감은 “1~2개월 편성하는 것은 교육청 예산으로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전하며 “하지만 이것이 누리과정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원천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을 해결하기 이전에 교육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교육감은 대통령 공약사업인 누리과정에 대한 부담이 시도교육청에게 이임된 것을 두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 법률로 정한 교육재정 및 국가 위임사무 이외의 것은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국가 및 자치사무 구분에 관한 조사 및 정책 연구를 진행해 국가사무와 자치사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무상복지와 관련 정부와 법정까지 간 성남시가 “정부가 교부세 삭감 시 성남시가 무상으로 해주고 있는 국가 업무를 거부하겠다”고 강수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교육감도 비슷한 의도인지를 묻자 “연구가 마무리 된 후에 뜻을 밝히겠다”며 “아직 성급한 예단은 하지말아달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교육재정 심각한 상황”

이 교육감은 2012년부터 누리과정이 시행된 뒤 교육 약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수학습지원비가 2012년도에 6730억원에서 2014년 4665억원대로 2년간 30%가량 감소했다. 평생교육도 21.9%가 감소했다.

교육복지비용 가운데 누리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69%에서 2015년도에는 74%로 증가했지만, 그 외의 교육복지는 대폭 삭감된 것이다. 공공도서관의 경우 기존 95억 6천만원에서 2015년에는 66억 8천만원으로 거의 30%에 해당하는 30억원 정도가 줄었으며, 특히 ‘학교교육여권개선’도 2014년에는 6.6%가 줄었다.

또, 학생건강을 위협하는 석면을 제거하는 비용도 예산 투입비용이 너무 저조해 전부 교체하는데 36년이 걸린다. 지진을 대비하기 위한 내진보강 또한 8천9백60억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2016년도에 반영한 액수가 108억에 불과해 이 속도라면 82년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 교육감은 “금년 누리과정의 유치원 부분에 누리과정 비용을 편성할 때(교육청은 어린이집 유치원과정 예산을 편성했으나 이후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예산의 여유가 있어서 편성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반영한 것인데, 교육 환경을 위해 시급히 반영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말하며 “더구나 경기도는 타 시군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많아 조정이 필요함에도 예산을 포기한 채 누리과정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경기교육의 예산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지금은 이 문제의 해법을 대통령만이 쥐고 있다”며 “국고에서 해법을 주지 않으면 어떤 것도 다른 방안을 찾을 수가 없다”고 대통령의 책임있는 해답을 요구했다.

허민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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