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두로 나무에 그림이나 문양을 새겨 넣은 ‘인두화(우드버닝)’는 화로에서 달궈진 무쇠인두로 문양과 자연풍경 등을 그림으로 새기는 것을 말한다. 나무의 재질에 따라서 대나무에 그리는 것은 낙죽(烙竹), 나무에 하는 것은 낙목(烙木) 또는 낙화(烙畵)라고 한다.

인두화는 목재 가구에 자신의 작품을 직접 새겨 넣어 활용할 수 있어 요즈음 개인 취미활동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추세이며, 작품 활동을 하는 과정은 인내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나무가 타며 나는 향기도 색달라 자연친화적인 색다른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인두를 사용해 작업을 했지만 최근에는 납땜용 인두 대신 전기로 펜을 달구는 인두기인 버닝펜이 개발됨에 따라 간편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인두화를 즐길 수 있는 소재들이 개발됨에 따라 다양한 동호회와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5년 째 인두 하나로 그려낸 수원 화성

인두화 이건희 작가는 생태교통 마을인 팔달구 행궁동에 ‘지미아트 인두화 연구소’라는 공방을 차리고 있다. 신풍동 69번지 제일교회 건너편에 자리한 공방에는 많은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지나치면서 안을 들여다보면 몇 사람의 수강생들이 작품을 만들기에 열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길가 창에는 커다란 인두화 그림이 걸려있어 지나는 행인의 발길을 붙잡는다.

“인두화에 매료가 되어 시작한 것은 이제 5년이 지났어요. 전에는 15년 정도 딴 계통 공예를 했는데 어느 순간에 인두화에 빠져들게 된 것이죠. 인두화는 나무라는 독특한 소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인데 작품을 만들 때 나무가 타는 향이 좋아요. 딴 공예작품들은 많은 색을 갖고 있지만 인두화는 단순한 갈색이기는 해도 기법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어요.”

작업을 하다보면 밤 12시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열중한다고 하는 이건희 작가. 조선조 전기부터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두화에 빠져들면서 “나무가 좋고 나무에 표현하는 편안함이 좋다”고 한다. 이건희 작가는 정적이면서도 화려하지 않지만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인두화는 한 마디로 획기적이라고 표현한다.

3회 개인전 등 왕성한 활동 벌여

그동안 몇 차례의 개인전과 동호인전 등을 열었다고 하는 이건희 작가. 처음에는 작품에 쓸 나무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 등에서 비싼 가격에 재료를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목재소를 찾아다니거나 나무를 이용해 작업을 하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누가 나무를 갖고 있다면 하면 먼 곳이라도 달려간다는 것이다.

“멀어도 찾아가야죠. 그래서 나무를 이용해 작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갖고 싶어요. 인두화는 꼭 나무만 갖고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는 가죽을 이용하기도 하고 한지를 여러 겹 배접을 해서 사용을 하기도 하고요. 심지어는 천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 수도 있어요.”

설명을 하면서 가죽을 이용해 만든 작품을 꺼내 보여준다. 나무와는 또 다른 질감을 갖고 있는 인두와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수원에서 작업을 하면서 주로 수원화성을 인두화로 표현하고 있는 작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수원 화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제가 인두화를 이용한 작품들을 보고 좋다고들 하세요. 올해가 마침 수원화성 방문의 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 텐데 그들에게 인두화 작품으로 수원화성을 소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적당한 가격에 더 많은 사람들이 구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도 작업을 할 수 있는 재료비를 충당할 수도 있고요.”

여성 작가의 섬세한 손끝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수원화성. 여기저기 걸려있는 화성의 구조물들이 마치 현장에서 만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듯한 기운이 대지에 내려앉을 때 이건희 작가의 또 다른 수원화성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대단한 개인전을 기대해 본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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