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꽃 피워 올리며

정복선

그대의 고통을

조금은 짐작했었노라는 말

지금 취소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극지의 슬픔 곁에 36도 5부의 체온으로

벼랑 위 하얀 붓꽃 옆에 가만히

서 있기라도 할 수 있다면,

날카로운 침 위에 내던져져

더러는 계란처럼 깨어지고

그릇처럼 이가 빠지는 삶의 수반 속에서

그대는 물입니다 고여 짙어지는

늪입니다 육신에 박힌 핏빛 멍울과

가시를 삭여 가시연꽃으로 피워 올릴

살아 우는 물입니다

* 정복선 시인 약력

1988년 《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Sand Relief(영한대역시선)』

『여유당 시편』 『마음 여행』 등 6권

한국시문학상 등 수상

경기PEN 부회장 역임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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