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문화재단이 올해부터 지역예술산업 활성화를 위해 ‘미술은행’제도를 도입했다. 미술은행이란 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미술품을 구입한 뒤 공공기관이나 민간에게 작품을 대여해주는 제도를 일컫는다. 미술경매시장이 활발한 유럽에서는 70년대부터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주도하에 2005년부터 침체된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기 시작됐다.

현재까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는 인천과 전남 등이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성남이 최초로 시행 예정이다. 성남문화재단은 작년 9월부터 성남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예술가에 한해서 공모를 진행해 한국화나 서양화는 물론이고 회화, 뉴미디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선발했다. 113개의 작품 중 최종 선발된 것들은 작품성은 물론이고 영향력도 두루 갖춘 작가 진들의 작품이 주를 이뤘다. 이는 성남이 수도권이라는 활발한 예술 활동의 근거지에 위치해 있어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최종 선발된 22개의 작품들은 오는 28일까지 성남 아트센터 반달갤러리에서 <SHALL WE?>라는 이름으로 전시 중이다. 반달갤러리는 청년을 응원하기 위해 운영되는 비영리 생활문화 전시공간으로, 성남아트센터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듯 귀퉁이 모양의 2층짜리 건물이다.

전시는 편안한 색감의 유화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독특하고 톡톡 튀는 작품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주제도 다양하다. 인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드로잉 작품부터,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생활용품들을 나열하듯이 그려넣은 한국화까지, 보는 즐거움도 충분히 만족시킨다.

그중 시의 한 소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쁜 들꽃인 줄로만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꽃잎이 아닌 전단지 속 치킨을 오려 붙인 독특한 작품도 있었다. 이는 ‘전단지’라는 일상에서 소모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이용해 이것의 원래 전단지가 가지고 있던 ‘상업성’이라는 성격에 예술작품이라는 새로운 성격을 부여하는 실험성을 띄고 있다.

유일한 뉴미디어 작품인 정상현의 ‘데칼코마니’는 작품 속에 같은 모양의 전시장 두 개를 배치하고, 그 안에 다른 모양의 영상을 배치시켰다. 이는 데칼코마니의 원리를 이용해 하나의 공간을 두 개로 확장시켜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을 동시에 나타낸다.

또한 <실크로드프로젝트>를 통해 행위예술의 새로운 장을 연 정재철 작가의 ‘현수막 옷’도 눈에 띈다. 형광초록색의 정장의 모양새를 갖춘 이 옷은 작가가 인천공항에서부터 이스탄불까지 입고 가 ‘광장퍼포먼스’를 벌였을 때 입고 있던 작품이다. 이는 미술이 곧 일상임을 나타내 시민들의 삶에 예술을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는 ‘미술은행제도’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예술은행’은 오는 7월부터 성남시 주민들과 관내기업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대여가 시작된다. 가격은 실제 작품가의 1%대로, 월 5만원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또 다문화 관련 공간이나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곳에는 전시 형식으로 무상 대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제도는 성남시민들의 삶에 미술을 더 가까이 가져다 놓을 좋은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성남의 예술산업 활성화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소장품’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며,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무료전시 중이다.

허민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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