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23일 오전 ‘민주평통’ 사무실을 강제퇴거 조치했다. 민주평통 성남시협의회는 지난 2009년부터 성남시 청사 4층의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했다. 사무실 크기는 134㎡로 시장실(62㎡)의 2배가 넘으며 타 시군 사무실과 비교해도 월등히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측에 따르면 대부 무상사용 기간이 12년 11월경으로 마무리 돼 수회에 거쳐 사무실 이전을 권유한 바 있으며, 최근에 2월 22일까지 이전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하겠다고 통보했다고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81년 전두환 군사정권 이후 통일정책 수립을 위해 지어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경기도 23개의 시군에 사무실을 무상으로 대여받고 있다. 협의회 사무실에서는 회원관리와 분기별 정기회의가 열리고, 별다른 사업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올해부터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 증원으로 인해 150명이 근무할 3실이 필요한 상황으로 사무 공간 확보가 불가피한 상태라 이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대통령 직속기구가 지자체에 의해 쫓겨난 것은 처음이다. 시 측은 통보한 바와 같이 23일 오전에 사무실 내 모든 집기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 위치한 새 모처로 옮겼다. 이에 대해 평통 측은 한 언론사를 통해 “현 사무실을 절반으로 줄여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시가 거부했다”며 “자문회의 총회에서 이전하지 않기로 의결해 시의회 빈 공간 등 새로운 이전 장소나 방안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 강경 대응하고 있다”고 반발했으나 당일 큰 마찰은 없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공무원들은 사무실이 없어 지하실 외부사무실을 전전하는데, 한명의 상근자가 교실 두 배 크기의 시청 내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하며 “평화통일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나,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시장을 비방하는 정치행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퇴거 조치에 대한 뜻을 밝혔다.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시행령 제 30조 2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협의회의 설치·운영 및 사업 등에 필요한 경비의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시장은 재정지원에 대해서 “지난 3년 치 활동내역을 상세히 보고받고 감사를 실시한 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운영비 및 활동비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라며 “일단 중단한 후 지원여부를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허민지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