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의 2월 이동진의 ‘라이브톡’에서는 홀로코스트 영화인 ‘사울의 아들’을 상영했다. 헝가리 출신의 젊은 감독 라즐로 레메스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2015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올해 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에 올랐다. 전 세계의 38개 영화제를 석권했다. 라즐로 레메즈 감독 개인적으로 홀로코스트로 희생당한 집안이다. 20대부터 홀로코스트에 관한 주제의 영화를 찍겠다고 구상하면서 대본을 쓰고, 수년간 구상한 작품이 바로 ‘사울의 아들’ 이다.

1944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수용소. 2차세계대전으로 학살당한 120만명의 유태인 중 80만명의 유태인이 대량 학살된 곳이 비르케나우 수용소다. 치클론-B라는 독가스로 유태인을 살해했다. 영화의 주인공 ‘사울’ 이라는 남자는 아우슈비츠에 끌려온 유태인이지만, 수용소 내 시체 처리 등의 일을 하는 ‘존더코만도’다. 종전 이후 ‘존더코만도’의 실제에 관한 문건이 발견되면서 유태인 학살을 돕는 유태인의 이야기로 알려지게 되었다. 독가스실로 들어가는 유태인들을 향해 독일 군인은 ‘샤워를 하고 나오면 따뜻한 수프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 남녀노소를 모두 가스실로 들여보낸다. 물론 이들도 몇 달이 지나면 가스실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가스를 마신 뒤 죽지 않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아이가 발견된다. 초점 없이 흐린 눈으로 아무런 감정 없이 시체를 치우고, 청소하던 주인공 사울의 눈에 들어온 그 아이는 자신의 아들이었다. 숨을 쉬는 아이를 보고 놀란 나치 의사는 곧 질식사로 죽인다. 이후 사울이 보인 행동의 변화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자신의 아들의 시체를 빼돌린 뒤 랍비를 찾아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 주겠다고 마음먹는다.

영화는 전체 화면이 흐릿하고 뿌옇다. 직접적으로 학살당하는 사람들의 신체를 또렷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사울을 비추면서 사울의 시선만을 따라간다. 사울의 행동은 무모하다. 어차피 죽을 목숨, 수용소 안에서 한낱 파리 목숨 정도인 인간의 생명인데 위험을 무릅쓰고 아들의 시신을 묻어주고자 한다.

‘사울의 아들’은 끝끝내 비극이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영화화한 지금까지의 감동적인 영화들이 많다. ‘쉰들러리스트’나 ‘인생은 아름다워’ 등은 인간애의 승리 혹은 살아난 사람들의 증언 등으로 감동을 준다. 하지만 이번 개봉되는 ‘사울의 아들’은 어쩌면 더욱 생생하고 사실적인 역사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모두 수용소에 갇힌 듯 한 착각을 하게 된다. 수용소 현장의 시체 장면은 희미하지만, 가스실에 들어간 유대인들의 절규, 구토, 문 두드리는 소리는 또렷하게 들린다.

며칠 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정신대 할머니들의 실화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귀향>이 개봉했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의문의 주사를 맞으면서 죽었던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동주>도 상영 중이다. 모두 끔찍한 고통과 아픔의 역사를 직면하고 사실을 폭로하는 영화들이다. 인간 본연의 감정까지 말살되어버린 과거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고귀함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영화들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이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 닿는다.

김소라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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