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화장실 변기보다 더럽다."
화장실 변기는 종종 세균번식의 기준이 되곤 한다. 통념적으로 인간이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가장 불결한 장소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화장실을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시시각각 좋은 향이 분사되고 비데도 설치돼 있다. 뿐만 아니라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나 ‘유료화장실’ 등 화장실 문화도 조금씩 계속 변화한다. 또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는 등 비문명적인 화장실로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중국에서조차 올해부터 ‘화장실 혁명’을 통해 현대적 화장실을 설치하고, 볼썽사나운 행동을 하는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올린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낭비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일생 중 1년 정도의 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낸다. 남자는 291일, 여자는 376일에 이른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화장실이 사색의 장소이거나, 독서의 공간이 된다는 뜻이다. 이정도면 화장실은 단순한 배설장소가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지칭돼도 손색이 없다.

여기 일찍이 ‘화장실은 볼일만 보는 곳’이라는 통념에 전면 반박하고 나섰던 사나이가 있다. 'Mr.토일렛'이라 불린 전 수원시장 심재덕이다. 그는 2002년 FIFA월드컵 경기의 유치활동을 하던 중 화장실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96년 세계 최초로 공중화장실 환경개선을 위한 화장실 문화운동에 매진했다.

화장실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은 일상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자신의 30년 된 집마저도 변기모양을 본 따서 새로 지었다. 곡선형의 하얀 외벽에 가운데가 뻥 뚤린 모양새를 한 이 건물을 2009년 유족들이 수원시에 기부하면서 세계 최초의 화장실 테마공원인 ‘해우재’가 됐다.

2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1층에서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화장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상설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2층에는 화장실과 관련된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획전시실로 운영된다.

이 건물의 재밌는 점은 집 중앙에 화장실을 두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화장실에서 일상생활도 하고, 전면 유리를 통해 밖을 감상하다가, 용변 볼 때가 되면 유리를 불투명 유리로 변화시켜 외부와 차단시켰다. 이러한 해우재의 건축양식은 심재덕의 화장실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체험활동을 통한 화장실문화 이해

▲자료제공: 해우재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와 해우재에 꼭 들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아이에게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배변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일찍이 주창했듯이 1~3세의 유아는 배설 과정에 대한 독특한 관심을 갖는다. 이 시기(항문기)동안 부모의 배변 훈련은 이후 아이의 성격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정신분석적으로는 싫증을 자주 느끼고, 인색하고, 고집이 세며, 질서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진 ‘고집불통’ ‘구두쇠’같은 성격이 이 항문기고착으로 인해 형성된다고 한다.

해우재 박물관과 마주보고 있는 건물인 ‘해우재 문화센터’에서는 배변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 중 ‘어린이 체험관’은 아이가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여행을 하는 컨셉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기에 적합하다.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 똥과 오줌의 정의를 배우고, 우리가 먹은 음식들이 몸속에서 소화되어 어떻게 똥이나 오줌으로 나오는지 보여준다. 또한 ‘물내리기’ ‘손씻기’와 같은 기본적인 화장실 에티켓을 배울 수 있는 체험의 장이기도 하다.

주말마다 진행되는 특별 교육도 있다. 화장실 관련 영상도 보고 체험지도 풀어볼 수 있는 ‘해우재 토요 똥 영상전’이 12월까지 상시 운영되며, 체험교육인 ‘해우재 일요 체험마당 토리공방’을 통해 똥인형 장식하기, 토리캐릭터 만들기‘도 3~4월에 진행 중이다.

허민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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