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4일 마포 당사에서 의총-최고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을 거부하고 독자 행보를 걷기로 결정했다. 당의 대주주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강한 거부감과 정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야권통합 논의에 참여했다간 당 자체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희경 국민의당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발표한 브리핑에서 “우리는 더이상 통합에 관한 논의는 불가하다고 결론냈다. 패권주의 청산과 정치혁신이라는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가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 역시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잘 정리됐다. 더 이상 통합에 대한 논의는 불가하다고 모두 결론을 내렸다. 이견은 없었다”면서 수도권 선거연대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없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더민주를 탈당해 제3당을 결성한 후 대권을 노리고 있는 안 대표로서는 또 다시 철수하게 되면 정치생명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야권통합에 대한 강한 저항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기득권 양당구조 타파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라는 이날 안 대표의 주장은 그가 과거 새정치연합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합당한 전력을 볼 때 설득력이 약하고 실제로는 대권에 대한 욕심이 작용한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동안 안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일 야권통합을 제안한 후 김 대표에 대해 ‘바지사장’, ‘정치공작’, ‘호객행위’ 등의 막말까지 동원하며 야권통합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이로써 4.13 총선은 1여다야 구도로 치러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 새누리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에 올랐다. 현재로선 호남을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야권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게 되면 수도권의 경우 국민의당은 안철수 의원,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 외에는 당선가능성이 거의 없고, 더민주 역시 새누리당과의 접전 지역구에서 상당히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수도권연대의 경우 새누리당 과반 의석 저지를 목표로 하는 천정배 공동대표나 자신을 비롯, 야권의 참패를 우려하는 김한길 선대위원장의 경우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변수가 남아있으나 안 대표와 문병호 의원, 박주선 의원 등의 불가 입장이 워낙 강경해 성사되려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더민주에 대해 감정적으로 격해 있고 친노 패권주의 청산과 제3당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이들이 최소한 더민주에게 상당한 정도의 양보를 얻어내지 않고서 자신의 말을 뒤집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야권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고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180석~200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총선 전 당대당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남은 건 지역에서의 후보단일화 등이 남은 상태이다. 현재로선 이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호남을 제외하고 야권분열시 당선가능성이 거의 없는 수도권 등의 지역에서 후보들이 안 대표와 호남 의원들로 이루어진 주류 지도부를 압박하거나 자발적인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자신을 알리고 다음을 기약하고자 하는 정치지망생 상당수는 야권단일화보다 독자노선과 완주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여 국민의당은 이날의 봉합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야권연대 문제로 내부가 혼란스러울 전망이다.

안 대표와 통합 반대세력이 야권의 총선 참패시 책임론에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안 대표 역시 모든 야권연대를 거부할 경우 다음 대선에서 야권의 대권주자로 나서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모든 형태의 야권연대를 거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또한 조선일보가 최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 5.7%로의 급락, 리얼미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안 대표 8.2%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까지 밀리는 상황, 호남에서조차 더민주에게 뒤처지는 여론조사가 늘어나면서 안 대표가 갈수록 국민의당 후보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게 되고, 현재의 취약한 정치력이나 리더십이 더욱 붕괴돼 완전히 권위가 무너질 경우 높아질 야권연대 목소리 등이 이후 국민의당 야권연대와 관련된 몇 가지 변수들이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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