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香)이라 하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배우지 않으면 제사 때나 사찰 등에서만 피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옛 선인들은 차를 마실 때나 마음을 정화하고자 할 때 혹은 글을 읽을 때 등 향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고려도경」 「규합총서」를 살펴보면 고려시대, 조선시대 때 우리나라의 선비들이나 규방에 있는 여인네들은 창포에 머리를 감거나 큰 항아리에 난을 끓인 물이나 매화를 끓인 물에 부인네들이 등청을 하기 전에 선비의 의관을 그 물에 김을 쐬었으며, 또한 향패를 차고 등청했다는 기록이 있다. 「향장」이라고 궁중에는 「조향사」도 있었고 「전향별감」이라는 향의 식물을 관장하는 부서까지 있었다.

향내는 부정을 제거하고 정신을 맑게 함으로써 신명과 통한다 하여 중국이나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모든 제사 의식에 맨 먼저 향불을 피웠는데 이것을 분향이라고 한다.

옛 사람들은 심신수양의 방법으로 거처하는 방 안에 향불을 피우기도 하기 때문에 ‘분향묵좌(焚香默坐)’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또 향을 주머니에 넣어서 몸에 차고 다니기도 했다.

부모의 처소에 아침 문안을 드리러 갈 때는 반드시 향주머니를 차는 것이 법도로 되어 있음은 물론 향목을 이용하여 장식품이나 생활용품으로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은은한 자연향을 즐기는 생활을 하였다.

향에는 향기물질의 응축형태에 따라서 향나무류는 백단(白檀) · 침향(沈香) · 정향(丁香) 등이고, 수지(樹脂)류에는 유향(乳香) · 안식향(安息香) 등이 있으며, 사향(麝香) · 용연향(龍涎香) 등 동물의 분비물도 있다.

향(香)의 대표적으로는 향목이 있고, 그중에 침향을 살펴보면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밀림에서 자라는 침정화(沈丁花)과 아퀼라리아속의 나무를 침향수(沈香樹)라 하며, 주요 산지는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 인도 일부,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나라들이다.

하지만 산지에 따라 향내가 다르며 대개의 나무들이 물에 뜨지만, 침향수는 비중이 무거워서 가라앉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일반적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산은 조각난 형태가 많고 달콤한 냄새가 비교적 강하며 품질이 뛰어나다. 나무 그루터기의 윗면이 비바람으로 썩기 시작하면 나무는 그 아래에서 수지를 만들어 내어 부패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방어를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수지층이 오랜 기간 두껍게 형성되고 한편으로는 세균에 의해 대사되면서 침향이 만들어진다. 또한 나무 안에 상처가 나거나 벌레들에 의해 침식을 당해도 마찬가지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도 침향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침향은 살아있는 나무나 잘린 그루터기에서도 얻어진다.

한편, 인도네시아산은 나무결이 말끔하게 보이는 막대기 모양을 하며, 상큼한 향내가 나는데 특히 태우기 시작할 때 나는 향내가 특이하다. 천천히 가열을 하다보면 점차 달콤한 냄새가 강해지기 때문에 향내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산 침향은 목질 전체에 골고루 수지가 침착되어 있는 것이 많아 베트남산과는 쉽게 구별된다. 침향은 상온에서는 향내가 없지만 150℃ 이상으로 가열하면 수지 성분이 증발하여 향기를 느낄 수가 있고, 수지는 색이 검으며 자외선에 강하고 상온에서는 휘발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 저장해 두어도 조금도 변질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심인구(국제평화예술연합회 회장/우현도예연구소 대표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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