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루란 성곽의 비교적 높은 곳에 설치한다. 주변을 잘 살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성에는 네 곳의 각루가 있다. 이 각루는 정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옛 선인들은 정자와 같은 건물을 지을 때 ‘정(亭)’과 ‘루(樓)’로 구분을 했다. 보편적으로 정자는 땅의 지면에 붙여지은 건물을 말하고, 루는 아래로 사람들이 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중층으로 된 건물을 말한다.

화성 남수문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동남각루가 있다. 이 동남각루는 남수문을 지켜내기 위한 구조물이다. 동남각루는 남공심돈(지금은 유실되어 버린 화성의 구조물 중 하나)과 마주하고 있으면서 주변을 감시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동남각루는 작지만 아래는 온돌방을 들여 한 겨울에도 병사들이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게 조성한 정조대왕의 애민정신이 드러나는 곳이다.

그런 동남각루가 2013년 해동이 되면서 약간 성벽 쪽으로 기울어졌다. 땅이 녹으면서 지반이 무게를 버티지 못한 것일까? 우선 성벽에 버팀목을 바쳐 지탱을 해 놓은 것이 영 보기가 안 좋았는데, 어느 날 동남각루 해체보수 공사를 하기 위해 가름막을 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014년 12월 9일부터 2015년 4월 9일까지 공사기간을 정한 동남각루 해체보수 공사는 공사비 일억천사백육십육만원을 들여, 문화재청과 경기도, 수원시가 발주를 하고 태원종합건설주식회사가 시공을 맡았다. 문화재보수공사는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석공과 한식목공, 번와와공 등 자격증을 갖고 있는 장인들이 담당을 하게 된다.

봄이 되면 많은 관광객들이 화성을 찾아온다. 4월이면 화성 주변에 아름답게 피는 꽃들을 보가 위해 관람객은 물론 사진작가들도 수없이 찾아온다. 그들이 몰려오기 전에 공사를 마치기 위한 배려인지 4월 9일까지는 해체보수공사를 마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인지 동남각루 보수공사는 2015년 공사기일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4월1일까지 동남각루는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2015년이 지났다. 공사가 중단된 것인지 가끔 들여다 볼 때마다 공사는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 공사만기일을 알리던 날짜도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1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동남각루가 2016년 4월 2일에 가리고 있던 막을 걷어냈다.

1년 동안 궁금해 하던 각루의 모습이 들어난 것이다. 봄꽃이 피는 계절을 맞아 화성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거북하고 꼴불견이던 가림막이 해체되었다. 그 가림막 하나를 치웠을 뿐인데 화성이 달라보인다. 공사를 할 때 공기를 정하는 것은 시민과의 약속이다. 약속을 정해놓고 제때 공기를 채우지 못해 슬그머니 날짜를 가리는 이런 행위는 삼가야 한다. 동남각루의 반듯한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는 보수공사 등이 이런 꼴불견이 되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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