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민주 김병관, 김병욱 후보

20대 총선에서 거세게 분 친박 정권 심판에 대한 민심으로 경기도 강남, 보수의 아성이라 불리던 성남 분당이 야당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13일 진행된 개표결과 분당 갑, 을 선거구 2곳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대파란이 일어났다. 분당은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1991년 9월 이래 20여년간 2011년 4.27 분당을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에게 패배한 것을 빼곤 여당이 승리를 놓쳐본 적이 없는 지역이다. 새누리당으로선 강남을과 송파구에 더민주 후보가 당선된 것에 견줄 정도의 충격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학력과 생활수준이 높은 중산층까지 집권여당에 등을 돌리게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분당에서의 새누리당 몰락은 친박의 오만한 공천도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분당갑 권혁세, 분당을 전하진 등 새누리당 후보는 모두 친박계로, 새누리당 공관위는 친이계 임태희, 유승민계 이종훈에게 경선 기회도 주지 않고 컷오프 시키면서 ‘여권분열’이라는 화를 자초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인재영입 2호’이자 게임업체 웹진 이사회 의장 출신인 더민주 김병관 후보(6만3698표, 47.0% 득표율)는 분당갑에서 11,538표차로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5만2160표, 38.5% 득표율)를 눌렀다. 더민주는 웹젠을 비롯 넥슨, 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가 위치한 판교를 포함하고 있는 이 지역에 김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더민주의 판단이 적중해 김 후보는 그동안 분당갑 선거 역사상 한번도 야당 후보가 이겨본 적이 없는 험지 중의 험지인 이곳에서 국민의당 염오봉 후보의 출마로 인한 야권분열과 초반의 여론조사 열세를 딛고 대승을 일구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흙수저 출신으로 벤처 성공 신화에 이은 정치 성공신화를 쓰며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현역인 이종훈 의원을 컷오프 시키고 대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은 금융감독원장 출신의 진박 권혁세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그러나 권 후보는 선거 막판에 터진 온라인 홍보업체 직원을 동원한 사이버상에서의 조직적인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관계자가 선관위에 의해 검찰 고발을 당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제2의 손학규, 제2의 분당 대첩’ 슬로건을 내걸고 분당을에 출마한 더민주 김병욱 후보는 5만661표(39.9% 득표율)를 얻어 3만9367표(31.0% 득표율)를 얻는데 그친 새누리당 전하진 후보를 상대로 1만1294 표차의 승리를 거뒀다. 전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으로 2만3921표(18.8% 득표율)를 얻은 여권 성향의 임태희 후보의 득표가 뼈아팠다. 임 후보는 이 지역에서 3선을 했을 정도로 인지도나 조직력을 갖춘 상태였다.

김 후보는 여권분열로 인한 반사이익 외에 전 후보의 보호관찰소 유치 공약 반대, 분당서울대병원과 연계한 서울대 의대 유치, 신분당선 광화문 연장, 분당신도시 재건축 리모델링 특별지원, 세비 50% 반납 등 지역밀착형 공약을 내세워 승리를 거머쥐었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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