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다채로운 책의 세계를 접하는 기쁨이 있다. 사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이 출판 시장을 잠식하면서 동네 작은 서점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 대안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독립서점이다. 대형서점이나 출판사에서 다루는 책 외에 독립출판물의 장르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독립서점은 서점 주인들의 다양한 이력과 취향이 책에서 묻어나곤 한다.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독립서점은 장소부터가 엉뚱하다. ‘이런 곳에 책방이?’ 라는 생각이 들만큼 의아한 장소에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러 독립서점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책을 꼭 사기 위해서라기보다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사람’이 궁금해서 일부러 찾는다고도 한다. 서울에는 연남동, 홍대, 충무로, 상수동 일대에 주로 독립서점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고 서울 40여 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약 60여 군데가 있다. 여행책, 시집, 요리책, 손바닥만한 책, 그림책, 에세이, 역사물, 만화책, 그래픽노블 등 독립출판물은 장르를 가르지 않는다.

‘인디북’ 이라고 불리는 독립출판물은 인디음악, 인디영화 등 다른 인디예술과 함께 평범함을 넘어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만드는 사람 혹은 읽는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독립출판물을 만나는 길은 독립출판서점을 찾아가야 한다. 빠른 소비적인 문화에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있다. 경기도에는 현재 2곳의 독립서점이 문을 열어 운영 중이다. 서울에만 40여 곳의 독립서점이 있는데, 경기도 전역에 2개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문화의 불모지인 셈이다. 그 중 하나가 수원 행궁동에 존재한다.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 옆의 길가에 있는 ‘미술관옆 PQR BOOKS’는 사실 그래픽 디자인 회사의 사무실로 함께 이용하고 있는 곳이다.

수원의 독립서점 PQR BOOKS의 천인우 실장은 “수원에서 자랐고, 아버지는 수원성곽촬영협회를 운영하고 계시죠. 이곳은 지난 해까지 꽃가게였던 자리이고, 바로 옆이 아버지의 사진가게이죠. 뉴욕, 파주 헤이리, 강남, 홍대 등 다양한 장소의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지만 10년 만에 저는 다시 자라왔던 수원으로 돌아온 셈이죠”라고 말했다.

책방의 한 켠을 파티션으로 분리하여 작업실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독립출판물을 전시한 Show room의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일반적인 형태의 서점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별한 한정판 도서를 소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책방의 수입은 미미하지만, 대부분의 독립서점은 출판업이나 디자인 회사를 겸하는 곳이다. 독립서점을 찾는 사람은 100% 알고 찾아오는 분들이라는 점, 책을 소비하는 문화가 아니라 소수가 자신의 취향을 누리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작가는 안 팔려서, 책방주인은 못 팔아서 문제죠. 이렇게 작은 책방으로 알릴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우리동네 예술 프로젝트 두들링 워크숍을 앞으로 할 예정이고 청년예술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독립책방으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독서모임이나 작가와의 만남도 열고 싶구요.”

독립서점은 하나의 문화적인 트렌드다. 젊은 작가나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새로운 출판의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건축, 음악, 문학, 영화부터 인문학까지 경계가 확장되고 있다. 책 한 권 한 권 뒤적이면서 자신의 마음에 끌림이 느껴진 책 한 권 발견하는 것, 남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책을 선택하는 힘을 키우는 시간. 바로 독립서점이 매력적인 이유다.

책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 자본주의 소비의 시대에 독립출판은 어떤 의미인가. 돈을 쓰고, 소비를 해야만 유지되는 문화 속에서 자기 결정으로 선택하는 문화에서 진정한 문화의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정판 독립출판물을 소장하고 소수의 문화를 누리는 것은 다수의 횡포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주체적인 선택이 아닐까.

김소라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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