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普洱茶)에 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70년대 이후인데, 즉 60년대 말기부터 90년대까지 생산된 보이차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운남 차엽 공사가 수출시 필요하여 1976년부터 차(茶) 번호를 만들어 사용한 것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보이차에 번호를 부여하게 된 것은 중국대륙이 공산화되면서 차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 공산화와 함께 사기업이 사라지면서 보이차는 몇 개의 브랜드와 몇 개의 상표만이 존재하던 시기이다. 더구나 수출품은 8중차(八中茶) 상표 도안 딱 한가지만을 사용했다.

보이차의 번호를 살펴보면 운남 차엽 공사는 1976년 쿠밍, 멍하이, 샤관 차 창에 보이차 번호를 사용하도록 공문을 보낸다. 이는 당대에 가장 중요한 표준화의 실험이었다. 번호의 원칙은 다음과 같이 병차(餠茶)를 네 자리 수로 정하였다.

그 첫 번 두 자리 숫자는 처음 생산한 년도이고. 세 번째 자리는 모차(毛茶)의 등급을 말한다. 네 번째 자리는 공장의 번호 즉 쿠밍은 1, 멍하이는 2, 샤관은 3, 푸얼은 4, 그리고 기타공장에서 생산된 차는 쿠밍 공장 번호인 4를 사용하도록 하고 모든 보이 병차는 쿠밍의 공장을 거처 수출했다.

번호의 사용 예를 들어보면 병배차(拼配茶: 몇가지 등급의 차를 맛과 향과 기업 이익 등을 고려하여 섞어서 만든차)는 가장 높은 등급의 수를 사용하거나(7581), 중간 등급의 수를 사용하게 했다(7542, 8582). 이렇게 4자리 수의 결합은 특정한 맛을 나타내는 배방( 配方: 차창 특유의 배합 방법)을 나타내는 번호로도 사용하였는데, 쿠밍 차창에서는 1977년부터 8, 9, 10등급을 석어서 만든 7581, 샤관 차창에서는 1976년에 만든 7663이 그 예이다.

위의 번호는 지금도 중요하지만 당시의 홍콩이나 대만의 차인들이 보이차를 구별하는데 용이했다. 이후 점차 원칙이 지켜지지 않자, 운남 차엽 공사는 1979년 차 공장 별로 수출번호를 지정해서 관리하고자 고유번호를 지정했다.

이후 보이차의 번호는 점차 해가 바뀌어도 같은 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차의 품질과 생산년도를 구별하기 위해서 황인(黃印), 홍인(紅印), 수남인(水藍印), 철병(鐵餠), 후전(厚磚), 박지(薄紙), 후지(厚紙), 내비(內飛), 내표(內票), 간체(簡体), 번체(繁体), 대중구(大中口), 소중구(小中口) 등의 용어를 동원해야 한다.

이처럼 보이차를 판별하는 일이 복잡해지면서 간단하게 마시던 보이차가 점차 어려운 숙제로 발전해 버렸다.

보이차 번호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차상인들은 차 관련 자료나 기록을 갖추지 못했고 차를 만드는 차창에서도 포장이나 번호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다. 더욱이 차번호를 지정했던 사람조차도 번호가 중요하게 될 줄은 미리 예상치 못함이 자명했다.

이처럼 복잡하지만 사실은 더 복잡한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줄여가며 설명해 본다. 보이차가 좋다고 하니 일반인이 단순여행에서 잠시 현란한 설명을 듣고 오래되었다는 보이차를 구입하는 일은, 상도덕이 바르지 않은 상인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되고 만 셈이다. 이런 복잡함 때문에 점차 보이차는 일반인은 물론 차 전문가들에게까지 외면당하게 되고 말았다.

심인구(국제평화예술연합회 회장/우현도예연구소 대표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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