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허 형 만

버스에서 내린 남녀가 인도를 몇 발짝

걷는 순간 마법처럼 사라졌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거

걸어가든 차를 타든 하늘은 멀쩡한데

일순, 땅이 푹 꺼진다는 거

식인상어처럼 쑤욱 빨아들인다는 거

보이지 않는 저 아가리

호시탐탐 목숨을 노리고 무슨 핑계로든

얄팍한 호주머니를 노리는

이념의 아가리 자본의 아가리

권력의 아가리들이 도처에 숨어있다는 거

그러니, 이 시대

두 눈 부릅뜨고 정신 바짝 차릴 일!

허형만 시인 약력

1973년 《월간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현재 목포대학교, 중국 엔타이대학 명예교수

국제PEN한국본부 심의위원장, 한국문협 이사,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한국예술상, PEN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영랑문학상 등 수상

시집 『淸明』 『그늘이라는 말』 『가벼운 빗방울』 등 17권

허형만 시인  rja49@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