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중 ‘쿵푸팬더’가 있다. 주인공 포는 원대한 꿈을 갖는다. 용의 전사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출을 하여 자신의 길을 찾는다. 낯설고 이질적인 새로운 세계와 만남을 통해 나를 깨뜨리는 과정이 바로 공부다. 대사부는 팬더를 보고, 용의 전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본다. ‘어제는 history, 내일은 mystery, 오늘은 present’ 라고 대사부가 말하면서 포는 깨닫는다. 지금의 중요성을 느끼고, 그 때부터 온 몸으로 공부하게 된다. 진짜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몸으로 하는 공부는 평생 잊어버리지 않고, 내 것이 된다.

어쩌면 토론이 몸으로 하는 공부의 과정이 아닐까? ‘질문’의 자유로움과 기존의 세계관을 흔들면서 몸으로의 전환을 일깨우는 다양한 훈련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가진 모든 관습을 뒤집어서 생각하는 질문을 던지는 게임을 해보는 거다. ‘학교에 꼭 가야 한다’ 를 뒤집어 질문하면, ‘학교에 꼭 가야 할까?’ 이다. ‘싼게 비지떡’ 이라는 속담을 뒤집어 생각하면 ‘꼭 싼 물건이 비지떡인가?’ 이다. ‘교실에서는 움직이지 않고, 떠들지 말아야 한다’의 명제를 ‘진짜 교실에서는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해야만 할까?’ 라고 거꾸로 생각해보는 거다. 당연하고 지당한 생각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는 것이 바로 토론식 질문의 시작이다.

또한 토론의 이유는 이기기 위함이 아니다. ‘잘 지기 위한 목적’ 이 바로 토론에 있다. 디베이트와 같은 찬반대립토론은 승패가 있다. 하지만 ‘잘 지기’ 위한 유연한 사고를 갖는 길이 바로 토론이다. 앞서 말했던 영화 ‘쿵푸팬더’에서 포는 쿵푸의 비법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때 국수를 평생 만들었던 아버지에게 가서 국수의 비법을 물었다. ‘아버지 국수의 비법이 뭔가요?’ 라고 했더니 포의 아버지는 ‘비법은 없다’고 말한다. 그때 비로소 쿵푸의 비법은 無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기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자신만의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나갈 때 나만의 삶을 살게 되는 길이 토론의 핵심이다.

토론은 평가하고 판정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고 점수를 매기는 학습이 아니다. 과정 자체에서 배움이 크고, 스스로 학습하면서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의견을 갖고 있으며,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게 된다. ‘언어화되지 않은 생각은 생각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말과 글을 통해서 언어화된 표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 알파고의 등장 등은 우리 사회의 교육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산업화시대의 주입식 공부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 점이다. 나만의 길을 창조하고,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기 위해서는 교과서를 던져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토론을 통해서 펄펄 살아있는 공부의 현장감을 아이들이 느끼고, 교사들은 건강한 수업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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