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무슨 날이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란 생각이다. 달력을 보면 무슨 날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그 하고 많은 날들 가운데 기억하고 있는 날이라야 불과 몇 날 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따지자고 하면 쉬지 않는 날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나와는 무관한 날들이기 때문이다.

5일은 어린이날이다. 휴일로 지정된 어린이날로 인해 징검다리 휴일 전체를 쉬는 곳이 많아 연 4일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미리 쉰다고 이야기라도 했으면 해외로 잠시나마 여행이라도 떠날 수 있었을 것을, 코앞에 발표를 하는 바람에 국내 관광지들만 만원을 이룬다고 한다. 명소에는 방을 잡기조차 힘들다고 하니 이제 우리도 즐기는 데는 이골이 난 듯하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즐기면서 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지난 과거를 잘 잊어버리는 습성이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예전 어렵게 살던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도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조금 배가 불러서인가 초심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없어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언제부터인가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사람이란 남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가야 한다. 나 혼자 생각으로 세상을 판단하면 독불장군이 아니라 가장 못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다. 소통이 없는 삶이 과연 사람답게 사는 것일까? 그저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조금 여유가 있으면 여유가 있는 대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 ‘콩 한 조각도 나눌 수 있는 삶’이 올바른 삶이 아닐까?

일 년에 한두 번 잊지 않고 하던 일이 있다. 매달 지인 몇 사람과 함께 주머니를 열어 보육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찾아가고는 했다. 아이들을 찾아가는 날이 되면 마당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고는 했다. 아이들의 즐거움이 곧 나의 평안이었다.

연말이 되면 큰돈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장갑이며 목도리 등을 준비해 노숙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가 함께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남들이 생각하면 별 것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반 달치 생활비를 축내는 일이다, 나눈다는 즐거움이 생활이 조금 불편한 것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그런 나눔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핑계를 댄다면 늘 바쁘고, 늘 여유있는 생활을 하지 못해서라고 하지만 그것은 그저 핑계일 뿐이다. 지금보다 더 어려울 때도 나누고 살지 않았던가? 어린이날 내 주변에 부모님이 없이 살고 있는 소년소녀가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린이날인데 누구하나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들이 모두 여행을 떠나고 부모님들과 좋은 음식을 먹으러 갈 때 혼자 쓸쓸히 방을 지키고 앉아있다는 말을 듣고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나라도 그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어려울 때도 나눌 수 있었는데 말이다. 한 마디로 내가 세상을 올곧게 살아가는 마음을 잃은 듯하다. 어린이날,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하면서 이제라도 지난 시간을 기억해 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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