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용주로 용주사 내에 정조의 효심이 담겨있는 <효행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부왕인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힌 채 8일 만에 숨을 거둔 아버지 사도세자의 영혼이 구천을 맴도는 것 같아 괴로워하던 정조는, 보경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설법”을 듣게 되고 이에 크게 감동하였다.

정조는 부친 사도세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세울 것을 결심하면서 양주 배봉산에 있던 부친의 묘를 이곳 화산으로 옮겨와 현릉원이라 하고 이곳에 절을 지어 현릉원의 능사(陵寺)로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호하고 그의 명복을 빌게 하였다. 낙성식 날 저녁에 정조가 꿈을 꾸었는데,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 하여 절 이름을 ‘용주사’라 불렀다.

정조의 원찰로 효의 상징성이 강한 용주사 안에 위치한 효행박물관은 70여 평 규모의 전시실에 국보 제120호 범종과 보물 1095호 봉림사 복장 유물을 비롯해 용주사에 소장되어 내려오던 조선왕실의 하사품 등의 유물과 말사 소장품을 위탁받아 보존, 관리, 연구하고 있다.

특히 효행박물관의 으뜸인 국보 제1754호 『부모은중경』이 관람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높은가와 그 은혜를 어떻게 갚을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설한 불교경전으로 부모의 은혜를 열 가지로 제시하고, 보은의 어려움을 여덟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보은의 방법으로 남에게 베풀며 진리를 실현하는 것이 최상의 길이요 덕이지만, 불효를 저지르면 영락없이 아비무간지옥에 떨어지고 만다는 대승경전의 내용이다.

정조는 이를 억울하게 이승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위로하고 추효(追孝)하기 위해 1796년 목판에 새겼다. 또한 정조는 단원 김홍도에게 『부모은중경』과 탱화를 그리게 하면서 그에 앞서 7일간의 기도를 시켰다고 한다. 그만큼 정성을 쏟았고 가피력을 믿었던 것이다.

화성시 북양동 봉림사에서 1978년 이 목조아미타여래좌상에 금색을 입힐 때 복장에서 불상의 유래를 전하는 기록과 각종 불경이 발견되어 복장에서 나온 ‘감지은자화엄경(紺紙銀字華嚴經)’ 등 10여 종의 유물은 ‘좌상복장전적’이라는 명칭으로 보물 제1095호로 지정되어 이곳 용주사 효행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그밖에 정조의 하사품인 단원 김홍도의 초목화 병풍 작품인 사곡병풍과 금동향로, 청동향로, 어제화산봉불기복게 등의 왕실유물과 왕실발원유물을 효행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용주사 효행박물관은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 중에서도 인간성과 인류도덕의 중심이 되는 효사상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효행박물관은 가정의 달 5월에 부모님의 ‘효’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공간으로 유용하다.

정찬송 기자  goodj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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