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일원에는 낮지만 오랜 삼국시대 성곽인 당성이 있는 구봉산이 있고 그 자락아래 전곡리 149~1에 350여년 이상을 묵묵히 마을을 지켜온 천연기념물 제 470호로 지정된 ‘전곡리 물푸레나무’가 있다.

화성시 전곡리에 있는 ‘물푸레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이전인 1982년 물푸레나무 중 천연기념물로 처음 지정된 건 ‘파주 무건리 물푸레’ 나무가 유일했다.

무건리 물푸레나무는 수령 약 15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15m, 가슴높이의 둘레가 3.29m인데 나무학자 고규홍 교수가 오래된 고목을 찾아 전국을 탐험 하던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물푸레나무를 발견하여 3년여의 노력 끝에 천연기념물 제286호로 지정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화성시 서신면에 소재한 전곡리 물푸레나무는 수령 350여년으로 추정되며 나무의 높이는 약 20m 고목의 가슴 높이의 줄기둘레 4.7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물푸레나무로서는 보기 드물게 규모가 크며 수형이 아름다운 나무이다.

물푸레나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자라는 키가 큰 나무로, 잔가지나 껍질을 벗겨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우러나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물푸레나무 달인 물로 먹을 갈아 글씨를 쓰면 천 년을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고 보존성이 우수하다. 옛날 산 속의 수도승들은 물푸레나무 태운 재를 물에 풀어 옷을 염색했는데 물푸레나무 잿물로 들인 옷은 파르스름한 잿빛인 데다 잘 변하지 않아 승려 복으로서는 최상품이었다.

또한 나무의 질이 워낙 단단하고 탄력이 좋아 옛날부터 쓰임새가 많았다. 죄인을 다스릴 때 사용되는 몽둥이 용도에서부터 도리깨 자루나 도끼 자루·괭이자루·달구지 바퀴 등 각종 농기구와 회초리·야구방망이 등의 용도로 널리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무껍질은 건위제·소염제 등의 한방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에 원래는 크게 자라는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는 대부분 작은 나무만 볼 수 있는데 전곡리 물푸레나무처럼 큰 고목이 존재하는 사실만으로도 그 가치가 높다 하겠다.

화성시 전곡리의 물푸레나무는 6·25전쟁 이전까지 마을 주민들이 이 나무 밑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신제를 지냈고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왔다고 한다. 오랜 기간 마을 주민들의 신앙적 대상이 되어 온 나무로 문화·역사적 가치가 높은 나무이지만 최근 물푸레나무 주변으로 공장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어서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이나 환경오염으로 천연 기념물 고목이 고사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 모 씨의 말을 빌리자면 “옛날부터 선비들을 많이 배출한 마을이야. 이 나무의 효험이라 믿었지. 늘 평온하고. 그런데 지금은 주변이 다 공장 지대로 변했어. 그래서 나무가 혹시 죽을까봐 더 걱정이지”하고 한숨을 내쉰다.

한때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가 고사되어 천연기념물이 해제된 용주사 회양목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화성시에서는 조금 더 천연기념물 보호에 대한 보존 대책을 강구하고 나무 주변의 정리도 깔끔히 해서 물푸레나무가 건강하게 잘 보존되기에 힘을 써야 될 것이다.

정찬송 기자  goodj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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