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場)이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다. 그러나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만이 장의 기능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장이라는 의미가 남다르다. 집안에서 필요한 생필품은 물론이지만 집에서 애지중지 지은 농산물을 싸들고 장으로 나가 좌판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물건을 팔고나면 장사를 해서 번 돈으로 가계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온다. 돈이 시장에서 돌고 도는 것이다. 그래서 장은 항상 흥청거린다.

장은 단순히 물건을 매매하는 기능만을 갖고 있는 곳이 아니다. 장은 정보의 창구이며 모든 사람들이 교류를 하는 곳이다. 장에서 사람들은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세상사를 논한다. 과거 많은 독립운동이 장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 장으로 독립운동가들이 모여들고 그곳에서 회합을 가졌다. 그리고 장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쳐 독립만세운동을 한 것이다.

장은 인생사의 중요 거점이 된다. 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 내력을 이야기하다가 사돈을 맺기도 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모든 인생사 대부분은 장에서 시작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장은 경제활동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다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조선조 태종 때 처음으로 시전이 등장

우리나라에 시전이 처음 설치된 것은 조선조 태종 때이다. 한양의 종로통에 행랑이라는 관에서 주도하는 상가를 만든 것이 시전의 효시로 본다. 관에서 이러한 점포를 만들어 상인들에게 대여하고 그들에게서 점포세와 상세를 징수하였는데, 점포세는 행랑세, 상세는 좌고세라 불렀다. 이 시전은 궁중과 관부의 중요한 자금 조달원으로 주로 독점적인 상점이었다.

지방에서 발달한 장시는 15세기 후반에 전라도에서 시작하여 16세기 중반에는 충청도와 경상도에까지 전파되었다. 과거 기록에 경상, 전라, 충청에 장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7세기 말에는 정부에서도 일반적인 장시를 승인하였으며 18세기 전국의 장시는 약 1,000개소에 달하였다. 당시의 장시는 5일마다 정기적으로 서는 5일장이 일반적 형태였고, 지역에 따라서는 10일장과 3일장 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반들의 수탈이 극에 달했던 조선조 말의 장시는 한 때 전국적으로 상당한 숫자가 개설되어 있었다. 영조 46년인 1770년에 편찬된 「동국문헌비고」에는 ‘전국의 장시는 평안도 134, 함경도 28, 황해도 82, 강원도 88, 경기도 101, 충청도 157, 전라도 216, 경상도 278개소로 모두 1,064개소에 달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100여 년 전에 개설한 화성 사강장

화성 사강장은 1915년 4월 15일에 처음 개설되었다. 그리고 바닷가가 가까워 농수산물의 집합산지로 빠른 시일에 장이 활성화가 된 곳이기도 하다. 사강장은 우리나라 장의 역사를 그대로 대변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장장은 화성 제암리 대학살을 일으키게 만든 만세운동의 발단이 된 곳이다. 제암리 학살사건이 있기 전 사강시장의 만세운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3.1운동 기념탑이 서 있다. 이 조형물이 바로 이곳이 만세운동의 발단이 된 곳임을 알려준다.

7일 사강장을 찾았다. 2일과 7일 한 달에 여섯 번 5일장이 서는 사강장은 20여 년 전에는 쇠퇴하기도 하였지만 전국적으로 불어 닥친 5일장의 부흥운동으로 인해 다시 활성화가 되고 있는 곳이다. 상설시장 외에도 5일마다 서는 장날에는 외지에서 유입되는 과거 장돌뱅이 형태의 장사꾼들 350명 이상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요즈음은 조금 줄어든 듯도 하지만 그래도 화성 인근에서는 사강장이 가장 많이 몰리는 것 같아요. 남양시장과 발안시장, 조암시장 등을 돌아서 2일과 7일장은 사강장으로 몰려오죠. 장을 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4일을 일하고 하루를 쉬기 때문에 대개 3일과 8일은 오산장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루를 쉬는 사람들도 많아요.”

장에서 만난 조아무개(남, 55세) 씨는 사강장에서 장사를 마치고 나면 하루를 쉰다고 한다. 일주일 내내 장사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마침 사강장이 2일과 7일 장이기 때문에 3, 8일은 화성시 관내에서 5일장이 열리지 않아 편하게 하루를 쉴 수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3일과 8일 열리는 오산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한한 발전 가능성 보이는 사강장

화성시 송산면 사강로 189에 소재하고 있는 사강장의 점포수는 658개이다. 7일 찾아간 사강장은 마침 5일장이 서는 날이라 거리마다 좌판을 열고 있는 상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 장을 보고 돌아가는 연세가 드신 분들이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일찍 나오셨나 봐요? 벌써 돌아가시는 것을 보니”

“아침 7시에 나왔어. 오늘 고추 모종을 사다가 밭에 심으려고”

“버스에 그 많은 것을 싣고 가실 수 있나요?”

“아냐, 조금 있으면 며느리가 차 갖고 나올 것이야”

버스정류장 그늘에서 며느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심아무개 할머니(77세)는 아침 일찍 장으로 나와야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시며, 서신에서 나왔는데 이곳에 와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장날마다 나온다고 하신다. 5일장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려내는 묘한 기능을 갖고 있는 곳이다. 할아버지들도 장으로 나와 옛 친구들을 만나면 술 한 잔으로 힘든 세상 시름을 잊을 수 있다고 한다.

“5일장이 없다면 세상 살아가는 재미 별로 없지. 그래도 장날 이곳에 와야 살아있는 소학교 친구들을 만나 옛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말여. 옛날 사강장이 생긴 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렇게 현대식으로 변한 것은 1980년쯤이지 아마. 이곳에 오면 모든 것을 다 구할 수 있어. 옛말에 5일장에 나오면 마누라도 구할 수 있다고들 했지.”

장터 좌판 점포에서 막걸리를 드시고 계시던 할아버지 한 분은 5일장이야말로 사람 사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날씨마저 좋아 장사가 잘 되겠다고 하는 한 상인. “사강장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시장”이라면서 “농수산물을 비롯해 모든 일상잡화까지 한 곳에서 다 구할 수 있는 사강장이야말로 가장 장다운 장”이라고 한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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